윤석열 대통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그제 윤 대통령의 외부 병원 진료 일정을 통지받고도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강제 구인을 시도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수처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을 강제구인하기 위해 서울구치소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병원 진료를 이유로 오후 9시까지 구치소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무산됐었다. 공수처는 이를 두고 “서울구치소에서 윤 대통령의 병원 진료 일정을 통지받지 못했다”고 했지만, 서울구치소는 “전화로 통지했다”고 곧바로 반박했다. ‘무능’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병원행을 통보받고도 구치소를 찾았고, 거짓말까지 한 것이다.
공수처는 어제 다시 구인에 나섰지만, 무기력함만 드러냈다. 헌재 재판정에서도 윤 대통령과 대리인단은 반성보다는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공수처 수사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윤 대통령이 수사에 응할 리 없다. 그렇다고 공수처가 현행법상 윤 대통령의 변론권 행사를 위한 탄핵심판 절차 참여를 막을 수도 없다. 오히려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윤 대통령의 가족 등 외부인 접견 금지도 모자라 서신 수·발신까지 금지한 건 수사 비협조에 대한 분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문조사도 가능한데 굳이 강제구인에 집착하는 무리수를 두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1차 구속 시한인 28일까지 수사의 진전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수처와 달리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구속기소 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계엄포고령 1호 작성 과정이 담긴 노트북을 파쇄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대면조사가 시급한 상황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공수처에 1차 구속기한 만료 전에 사건을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한가하게 검찰과 구속 시한 나눠 먹기를 두고 힘겨루기할 때가 아니다.
기소권도 없는 공수처의 선택지는 뻔하다. 무의미하게 시간만 허비하기보다는 서둘러 검찰로 보내 윤 대통령의 수사지연 전략을 막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윤 대통령도 검찰 송부 이후엔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헌재에서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며 수사는 외면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