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위부, 평양에서 하는 일”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는 지시 전화를 받은 것으로 조사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그때 목적어가 없어서 누구를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간첩단 사건을 적발했나 보다. 그래서 긴급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뒤늦게 정치인 체포 지시였음을 알고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보고했지만, 조 원장은 보고받길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은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홍 전 차장에 따르면 계엄 당일 오후 8시22분쯤 윤 대통령은 ‘한두시간 후에 중요하게 전달할 사항이 있으니 대기하라’고 전화 지시했고, 계엄 선포 후인 10시53분쯤 재차 통화로 문제의 “싹 다 정리”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이 말한 ‘정리 대상’이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한동훈 당시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정치인 14명이란 사실을 안 것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통화한 이후라고 했다. 홍 전 차장은 관련 사안을 조 원장에게 보고했는데, 조 원장이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며 별도의 업무지침도 내리지 않은 채 앉아있던 소파에서 일어나 자리를 떴다는 것이 홍 전 차장의 주장이다.
홍 전 차장은 “대통령을 좋아했다. 시키는 것 다 하고 싶었다”면서도 “그 (체포) 명단을 보니까 그거는 안 되겠더라”고 했다. 이어 안규백 특위 위원장에게 “예를 들어 위원장이 가족과 저녁 식사하고 TV 보는데 방첩사 수사관과 국정원 조사관들이 뛰어들어 수갑을 채워서 벙커에 갖다 넣었다, 대한민국이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그런 게 매일매일 일어나는 나라가 있다. 어디, 평양. 그런 일을 매일매일 하는 기관이 있다. 어디, 북한 보위부”라고 했다.
한편 증인으로 나선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의 보고를 받길 거부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 원장은 방첩사를 지원할 것을 윤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보고를 홍 전 차장으로부터 받았지만, 정치인 체포 관련 내용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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