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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하루 손질 동태 150→40마리…황금연휴에 차례 대신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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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3 16:10:49 수정 : 2025-01-23 16: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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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는 하루에 동태 150마리 정도를 팔았는데 어제는 겨우 40마리 손질했다.”

 

설 명절을 6일 앞둔 2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이곳에서 40년 넘게 생선을 팔았다는 곽형준(70)씨는 매대 위에 쌓여있는 동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 같으면 동태 손질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을 가게 주변은 홍어 손질을 기다리는 중년 여성 한 명이 서 있을뿐이었다.

 

시민들이 2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설 명절을 1주일 앞둔 시점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채명준 기자

곽씨는 “코로나를 계기로 동태포를 구매하는 고객이 급격히 줄었다. 차례를 안 지내는 방향으로 흐름이 바뀐 것 같다”며 “줄어드는 판매량에 따라 재고도 대폭 줄였다. 명절 대목이라는 말이 별로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설 명절이 일주일도 안 남았지만 시장에는 이전만큼 사람이 붐비지 않았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문화가 점차 자리잡으며 장을 볼 필요가 없어진 탓이다. 조모(62)씨는 “5년 전부터 손녀를 봐주기 시작하면서 제사를 아예 안 하기로 결정했다. 묘도 없애고 납골당에 옮긴 덕에 지난 추석에는 유럽여행을 갔다”며 “오늘은 그냥 간단히 가족들 찬거리 사러 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설의 경우 최장 9일의 황금연휴까지 겹쳐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황금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인천·김포·김해·제주·청주·대구공항 등 여섯 곳에서 총 134만295명(출발편 기준)이 해외로 떠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122만명)보다 10만명 이상 많은 규모다.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면서 국제 운항편이 많은 인천공항은 이 기간 하루 평균 이용객이 21만4000명(도착편 포함)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는 역대 설·추석 연휴 중 최다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 시장을 찾은 사람들도 불경기 탓에 지갑을 닫는 분위기다. 시장 골목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흥정하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상인들은 몰려드는 손님을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보온병에 담아온 국수로 언 몸을 녹이며 사람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경동시장에서 30년째 채소를 팔고 있다는 장범식(60)씨는 “당연히 평소보다 사람이 많긴 한데 이전 같으면 설 일주일 전부터 서울 각지에서 몰려든 손님으로 발 디딜 틈도 없이 시장이 빼곡하게 찼다”며 “고물가에 불경기가 이어지니까 찾아오는 손님도 줄고 찾아오더라도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2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설맞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채명준 기자

중랑구 상봉동에 산다는 주부 이정화(67)씨는 “평소에는 집 근처 전통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지만 명절처럼 장을 많이 봐야 하는 경우에는 꼭 경동시장을 이용한다”며 “유통 단계가 짧으니까 가격이 싸고 신선하고 종류도 더 다양해서 좋다”고 경동시장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요새는 물가가 많이 올라 이렇게 발품이라도 팔지 않으면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동대문구 거주하는 60대 주부 A씨는 “요새 안 비싼거 찾는게 힘들다. 뭐좀 하려고하면 돈 10만원은 우습게 사라진다”며 “올해는 아들 둘 다 해외 나간다고 하니 남편하고 둘이 먹을 정도만 장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27개 품목)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전통시장이 평균 28만7606원이었다. 전통시장의 27개 품목 가격을 지난해 설과 비교하면 11개는 상승했고 16개는 하락했다. 가격상승 상위 3개 품목은 무(98.1%), 돼지고기 다짐육(10.3%), 떡국떡(9.7%) 등의 순이었다. 가격하락 하위 3개 품목은 사과(-27.8%), 단감(-19.2%), 대파(-17.0%) 등의 순이었다.

 

한편 시민과 상인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양수산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까지 전국 188개 전통시장에서 ‘설맞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전통시장에서 국산 농축산물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구매 금액의 최대 30%를 1인당 2만원 한도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주는 행사다.

 

추귀성 서울시상인연합회 회장은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나 백화점하고 경쟁에서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젊은 세대는 편하고 깔끔한 마트를 선호해 갈수록 찾아오는 손님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에 정부에서 온누리상품권 등 여러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규모가 작아 효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회장은 “일본이나 프랑스의 전통시장처럼 각 시장만의 특산품, 테마를 만들어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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