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무려 29건 발의, 13건 의결
韓 총리 등 탄핵 심판도 속도 내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을 헌법재판소가 어제 기각했다. 헌재는 ‘방통위원 2인 이상의 요구로 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하고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는 방통위법을 위반했다며 취임 후 이틀 만에 탄핵소추당한 이 위원장에 대해 재판관 4(기각) 대 4(인용)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탄핵안이 통과된 지 174일 만에 나온 결론이다. 정략적인 탄핵이었고, 결정도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많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무려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그중 13건을 의결한 민주당은 자성해야 마땅하다.
이번 탄핵 기각은 예고됐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애초 정략적 목적이었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강경 보수 성향이라 공영방송을 장악할 것”이라며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취임 하루 만에 탄핵안을 발의하고 그 하루 뒤에 통과시켰다. 이 위원장이 취임 직후 ‘방통위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통과시킨 것을 문제 삼았지만, 핑계였을 뿐이다. 더구나 방통위원 추천을 거부해 2인 체제를 만든 것도 민주당 책임 아닌가.
어제 선고는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헌재가 ‘8인 체제’가 된 후 첫 결정이어서 주목받았다. 중도·보수 성향인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2인 체제에서도 다수결 원리가 작동할 수 있다”며 방통위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진보 성향인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방통위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했다. 법리 판단의 간극이 너무 크다. 결과적으로 재판관들의 보수·진보 성향에 따라 결정이 갈렸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도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에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 아닌가. 사법의 정치화는 막아야 한다.
헌재에는 한덕수 총리,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심판이 줄줄이 계류돼 있다. 탄핵안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모두 국정 및 사법 시스템 공백을 초래하는 막중한 자리이고, 특히 내란 공모 혐의로 탄핵한 한 총리는 12·3 비상계엄을 만류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헌재가 신속하게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곧바로 고위 공직자가 직무정지돼 지금처럼 국정 공백을 초래하는 문제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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