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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맞춰 한국도 유럽도 극우화 ‘암울’ [美 주도 극우 포퓰리즘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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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7 07:12:30 수정 : 2025-01-27 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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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미국의 강경 보수주의가 전 세계에 미치는 흐름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 경향은 미국의 가까운 동맹인 한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메가(MEGA·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등으로 변주되어 확산하는 조짐이다.

 

독일의 독일대안당(AfD), 이탈리아 형제당, 프랑스 국민연합, 오스트리아 자유당 등 보수 포퓰리즘 정당은 반이민 정책, 성소수자 권리 반대, 온난화 억제 정책 반대 등을 앞세워 갈수록 득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실시한 초강경 국경정책과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 등은 향후 유럽 우익 정당들을 더욱 극우화하도록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President Donald Trump, center, holds the hand of his wife Melania Trump, right, as their son Barron Trump, center, and Vice President JD Vance, look on after taking the oath of office during the 60th Presidential Inauguration in the Rotunda of the U.S. Capitol in Washington, Monday, Jan. 20, 2025. (AP Photo/Morry Gash, Pool) POOL PHOTO/2025-01-24 14:09:53/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미국의 보수화’, 한국에도 염려인 이유

 

미국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은 나라인 한국에게 미국의 변화는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은 현직 대통령부터 극우 유튜브 담론에 빠져들어 부정선거 음모론 등에 심취하고, 계엄 선포를 하며 내란 혐의까지 받게 됐다. 극우 유권자들의 반중 정서나 폭동 등이 외교, 사회 질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위험도 포착되기에 이르렀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미국 사회가 어마어마하게 보수화되고 있는 것은 미국 내부에서도 문제지만 한국 같은 동맹국, 외국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 아니다”며 “한국은 미국이 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여야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장 트럼프 1기 때 백인 우월주의 때문에 유색 인종들이 피해를 입은 부분이 컸다. 그는 “유학생들이 일자리 찾기도 상당히 어려웠고, 이민자 비자나 영주권·시민권도 따기 힘들었는데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1위 강대국인 미국의 행동과 기조는 동맹국은 물론 전 세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정 교수는 “국가의 지위만큼 미국이 세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정말 크다”며 “미국이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도 그럴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패권국인 미국의 이런 행동은 권위주의 국가들에서 환영받을 것이고, 당장 인권 보고서 등에서 정당성을 사라지게 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사진기자협회 등으로 구성된 언론현업단체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서부지법 극우폭동·취재진 폭행 규탄 언론현업단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 교수는 “실제로 보수 진영 일각에서 이미 이런 흐름에 조응해 ‘다양성은 안 된다’ 식의 담론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런 담론은 한번 생성되면 다시 돌리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1기 때 만들어진 기조를 바이든 행정부가 되돌리는 데 난항을 겪으며 이번과 같은 선거 결과도 나온 것이라고 정 교수는 진단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꼭 보수주의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조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세계가 혼란해졌던 과거를 돌아보면 나라별로 해법을 찾아가는 길이 다양했다”며 “하나의 질서가 없어지고 다음 세대로 옮겨갈 때는 각자 다른 선택을 하는 만큼 한국의 경우에도 어떻게 여기서 살아날지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제 경남대 석좌교수(전 국립외교원장)는 “트럼프의 등장은 세계가 정말 큰 변화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라며 “역사적으로 격동의 시기에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나타났고, 일본은 군국주의, 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 중국은 모택동 혁명, 인도에서는 비폭력주의가 생겼듯이 이번에도 세계가 보수화 일변도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완전히 달라진 미국, 위기일까 기회일까

 

두 번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한국과 미국의 지식인들은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장담했고, 2024년에는 트럼프 대승이라는 결과를 ‘박빙’으로 전망함으로써 체면을 구겼다. 트럼프라는 정치인의 등장으로 뿌려진 ‘새로운 미국’이라는 씨앗이 미국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 정확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5월 출간된 ‘트럼프의 귀환’을 쓴 조병제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가 간과해 온 트럼프 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미국 정치·사회의 변화를 포착하고자 했다.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열린 '내란선동, 폭동주도 전광훈 고발 기자회견'에서 김민웅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고발장을 들고 있다. 촛불행동과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극우세력의 매우 조직적인 습격"이라며 "폭도들을 조직하고 선동하는 전광훈을 당장 구속하라"고 수사 당국에 촉구했다.  뉴스1

조 교수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80년 동안 세계를 만들어 낸 미국은 자유와 인권이 보호되며 민주적 절차가 지켜지는 나라였지만 이제는 우리가 아는 이런 미국은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바탕으로 세계 안보를 보장하고 자유무역을 하던 시절은 다 지나갔다”며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이 변화를 깨달아야 하는데, 아직 이를 감지하지 못할뿐 아니라 포착할 시스템조차 갖춰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70년 된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기대하던 대로 하면 “판판이 깨지는 것”이라고 조 교수는 경고했다. 조 교수는 “양자 차원에서 잘 갖춰져 있던 무역 체계의 장벽이 높아지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반도 안보를 책임져주지 않겠다는 미국과 이제 모든 것을 다 협의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은 싼 가격에 품질 좋은 제품만 만들면 됐다면 앞으로는 관세 문제까지 잘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더해진 것이다.

 

모든 것을 거래의 대상으로 보는 트럼프 당선인과 어떤 거래를 성사시키느냐에 따라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제조업 재건, 중국 견제 차원에서 당선인 본인이 먼저 언급한 조선업 관련 협력, 우주개발 같은 미래 첨단산업 분야 등을 접근해 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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