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20대 취업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데다 ‘그냥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비경제활동인구와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 수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위축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단순히 청년 일자리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최근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 취업자 수는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기준 20대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9만4000명 감소하며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체 취업자 수는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증가세를 이끈 건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에서 발생한 취업자 감소는 특히 고용 시장에서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우려를 낳고 있다.
20대 일자리 문제는 취업자수 감소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냥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인구를 의미한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20대의 ‘그냥 쉬었음’ 인구는 전년 대비 지속적으로 증가다. 특히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1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12.3%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청년층 전체 인구 감소폭(-3.0%)보다 4배 이상 크다.
12월 기준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48만5000명에서 2021년 40만9000명, 2022년 40만6000명, 2023년 36만6000명으로 매년 감소하다가 지난해 4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5월부터 8개월 연속 전년 대비 쉬었음 인구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고용 기회 부족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아예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쉬고 있는 청년들, 일과 쉼 사이에서 늘어나는 배경은?’이라는 보고서에서 “낮은 실업률이 지속되는 등 전반적인 노동시장 상황이 양호한 가운데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고,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일자리 선택의 기준이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년 고용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청년층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예산을 확충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 고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디지털, 친환경 산업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청년들을 위한 직업 훈련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제1차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를 개최하고 ‘2030 자문단’을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할 방안을 논의했다. 또,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춘 청년 직업훈련 프로그램과 청년 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들도 제시됐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만으로는 청년 고용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층의 노동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 즉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와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환경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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