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고서야 부랴부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31일 자로 주요 가계대출의 가산금리를 최대 0.29%포인트 낮출 예정이고, KB국민은행은 27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금리를 0.04%포인트 내린다. 앞서 신한·SC제일·IBK기업은행도 대출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작년 11월에 이어 12월 두 차례 0.25%포인트씩 내린 것과 비교하면 ‘찔끔 인하’에 그쳤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은행권의 ‘대출금리 줄인하’는 자발적인 결정이라기보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더불어 야당의 가산금리 산정체계 관련 은행법 개정 움직임에 따른 궁여지책으로 비친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12월까지 5개월 연속 이자수익의 근원인 예대마진을 벌려왔고,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금리도 작년 12월에 들어서야 5개월 만에 하락했다. 오죽했으면 금융당국 수장이 “가산금리 인하 속도나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2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1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라며 ‘관치’로 비칠 우려에도 목소리를 높였겠는가.
금융당국은 이참에 은행 대출·예금금리 산정체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보다 면밀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은행이 대출금리 인상엔 발 빠르게 나서면서도 예금금리를 올릴 때는 미적댄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금 조달·운영, 신용 리스크 등 비용 상승분을 반영한다며 신용대출의 가산금리를 연이어 올린 케이뱅크, 가계대출 금리를 0.1%포인트 높인 NH농협은행 등 ‘금리 역주행’에 편법은 없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은행권도 가산금리를 두고 ‘법정 비용’이라고 주장하면서 각종 보험료와 출연료 등의 부담을 대출자에게 떠넘긴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작년 들어 수신금리는 낮추면서 가계대출 관리 명목으로 대출 가산금리는 유지해온 시중 은행권은 기본급의 최대 280%로 책정한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 불황에도 예대마진 차에서 비롯된 이자수익 등 고금리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덕이다. 은행들은 깜깜이 방식으로 지적받는 가산금리를 비롯한 전반적인 금리 산정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계속 키운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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