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기간 부모님을 만난 자녀들은 공통적으로 “부모님이 예전같지 않으시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러나 노화의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 부모님의 모습 중 일부는 치료가 가능한, 최소한 악화를 늦출 수 있는 질병들이 있다. 문제는 자녀가 명절 연휴 기간에 하루, 이틀 머무르면서 이를 알아내기란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노화 현상이나 ‘조금 변했다’로 치부되기 쉬운 부모님의 모습 중 질병의 단초가 되는 중요한 증상에 대해 인천힘찬병원종합병원 신경과 박정훈 센터장(신경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알아본다.
◆“엄마가 나이들더니 괴팍해졌어”… 치매의 그림자
치매라고 하면 ‘기억력 감퇴’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기억력 감퇴 자체는 건망증과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인천힘찬병원종합병원 신경과 박정훈 센터장(신경과 전문의)은 “기억력 감퇴와 건망증을 구분하는 기준은 까먹은 것이 다시 생각이 나거나 ‘저번에 이런 거 했잖아요’ 등 힌트를 들은 뒤 생각을 해내느냐에 여부에 있다”며 “힌트를 통해 기억해 내면 단순 건망증이고, 전혀 생각해내지 못하면 기억력 감퇴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매를 기억력 저하만으로 판별할 수는 없다. 언어· 판단·계산능력 저하와 기분·성격·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집안일이 서툴러지거나 낮잠이 많아지고, 참을성이 없어지고 쉽게 화를 내며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불필요한 의심이 많아지는 것도 치매 가능성이 있다. 음식 맛도 변했다면 후각·미각이 떨어져 간을 제대로 못한 데 따른 것일 수 있다.
최근 치매의 여러가지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치료제인 ‘레켐비’가 출시되기도 했지만, 완치가 아닌 진행을 지연시키는 용도다. 결국 여전히 예방이 최선이다. 특히 치매의 위험인자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주(2.2배), 운동 부족(1.8배), 흡연(1.6배), 비만(1.6배) 등이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 뇌손상 역시 치매 위험을 2.4배 높이는 만큼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며 뇌졸중으로 연결될 수 있는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자주 확인해야 한다.
치매가 의심되면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치매 선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매를 우울증 등으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다른 질병을 치매로 헷갈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한 노인 환자가 넘어져서 요양병원에 입원했는데, 요양병원에서 환자의 기억력 감퇴를 치매로 생각하고 3~4개월을 지켜만보다가 증상이 나빠졌다“며 “환자를 검사해보니 뇌출혈 증상이 있었고, 이에 대한 치료를 진행하니 환자의 상태가 좋아졌다. 기억력이 나빠진다고 무조건 치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휴기간 낱말·퍼즐 맞추기 등 게임과 운동 함께 해보세요
박 센터장은 이번 명절 부모님 기억력 향상을 위해 낱말 맞추기, 퍼즐 맞추기, 보드 게임, 블록쌓기, 주어진 단어로 이야기 만들기 등 다양한 게임을 해보고, 신체 활동도 함께 하기를 권했다.
이미 부모님이 치매가 있는 경우라도 조급함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그는 “치매 부모님이 자녀를 알아보지 못해도 자녀의 감정 상태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만큼 불안해하고 조급해하거나 다그치는 말과 행동을 주의해야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치매가 좋아졌느냐, 나빠졌느냐 기준을 인지기능 상태로 체크하지만 인지기능은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는 게 당연한 만큼 인지기능보다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는지 부모님의 감정 상태를 더 신경쓰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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