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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 달라서 힘드네요”… 탄핵 정국으로 골 깊어진 ‘밥상머리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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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7 14:31:18 수정 : 2025-01-27 16: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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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울에 사는 아들이 집에 내려오는데, 마주 앉으면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걱정이네요.”

 

27일 대전에 사는 이모(56)씨는 설을 앞두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20대인 아들과는 최근 정치 문제로 대화가 단절됐다. 이씨는 “아들과 정치 얘기만 나오면 서로 목소리만 커지고 감정이 상한다”며 “명절에 얼굴 보고 앉아있다 보면 또 그런 얘기가 나올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직 대통령이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극에 달한 가운데, 본격적인 설 명절(28~30일)을 앞두고 가족 간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원생 김찬일(30)씨는 “다 같이 TV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정치 얘기가 나오는데, 서로의 의견이 너무 달라서 대화를 이어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의 양영규(29)씨도 “워낙 굵직한 사안들이 많다 보니 명절에 정치 얘기는 무조건 나올 것”이라며 “친인척과 얼굴을 붉히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 차이를 보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이념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번 탄핵 정국이 그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독일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센터의 매니페스토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미 한국의 이념양극화지수는 2012년 0.36에서 2020년 1.26으로 3.5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도 4점 만점인 신뢰인식지수가 2014년 2.76점에서 2023년 2.53점으로 하락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에는 ‘설날 행동 수칙’이라며 ‘정치 뉴스 보지 않기’, ‘대화 주제 미리 정하기’ 등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수능 성적이나 결혼 여부를 묻지 말자는 기존 ‘금기 사항’에 정치 얘기가 새롭게 추가된 셈이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의 극단적 대립이 시민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족과 혈육마저 갈라놓고 있다”며 “정치를 이유로 대화를 중단하고 싸우는 등 가족 간 불화가 일어나는 게 더는 유별난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권 중심의 사고가 아닌, 시민사회 중심의 사고가 필요하다”며 “정치세력의 승패를 떠나 시민의 삶을 고민하는 정치를 얘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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