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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토하는 심정으로” 계엄 선포… 54일만에 구속 상태 재판행 [尹 구속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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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8 08:00:00 수정 : 2025-01-28 0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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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3일 이후… “‘헌정사 초유’의 연속”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런 대국민 담화 발표 이후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날부터 54일만에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체포부터 구속, 기소까지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수사는 주요 순간마다 ‘헌정사상 초유’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담화 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고 운을 뗐다. 한밤이라면 한밤 중인 오후 10시25분쯤의 일이었다. 계엄은 1979년 10월 이후 45년만이다. 계엄사령부는 곧장 포고령 1호를 발표,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출판을 통제했다.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의 복귀도 명했다.

 

국회에는 계엄군이 진입했다. 이를 저지하고자 몰려든 시민들과 국회 보좌진 등이 계엄군의 국회 본청 진입 시도를 막아서면서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은 국회 담을 넘어 경내로 들어가기도 했다.

 

지난 2024년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는 4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가까스로 국회로 모여든 의원 190명이 4일 새벽 1시쯤 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4시27분 계엄 해제를 선포했다. 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만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됐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게 됐다.

 

이와 별개로 수사기관들의 내란죄 사건 수사도 개시됐다. 검찰은 계엄 사태 사흘만인 지난해 12월6일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띄웠다. 검찰 특수본은 같은 달 8일 계엄 사태의 주동자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해 구속했다. 이후에도 검찰 특수본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 계엄 당일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군 병력을 보내는 데 관여한 군 지휘부의 신병을 차례로 확보했다.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왼쪽), 조지호 경찰청장. 뉴스1

경찰은 자신들의 수장인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구속했다. 이들은 계엄 당시 국회 통제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계엄 선포 전부터 선관위 장악을 모의한 혐의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도 구속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수사 경쟁에 뛰어들면서 한때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일단 공수처가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꾸려 수사한 뒤 검찰에 사건을 송부하기로 협의됐다. 공수처는 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선관위 장악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체포해 구속했다.

 

윤 대통령 수사는 ‘헌정사 최초’의 연속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5일 윤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수사가 공수처(공조본)로 일원화된 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에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마찬가지로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수색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공수처는 올해 1월3일 경찰 인력을 지원받아 첫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대통령경호처의 저항에 가로막혀 집행에 실패했다. 공수처는 법원 허가로 체포영장을 연장한 뒤 같은 달 15일 2차 집행에 나섰고, 윤 대통령을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건 처음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 공수처에서 10시간40분가량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 진술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공수처는 이달 17일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튿날 오후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참석해 40분간 발언하기도 했다. 서부지법은 19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 측은 구속된 뒤에도 공수처 수사가 불법이라며 공수처의 강제구인과 서울구치소 현장조사 등에 모두 응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윤 대통령은 헌재 탄핵심판 변론기일에는 두 차례 출석했다.

 

공수처는 1차 구속기한 만료일이라고 판단한 28일보다 닷새 앞선 23일 검찰에 사건을 송부했다. 검찰은 사건을 건네받은 당일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 연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으나, 법원은 24일 구속 연장을 불허했다. 검찰은 25일 재차 구속 연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같았다.

 

검찰은 윤 대통령 조사와 피의자 신문조서 없이 구속기소를 하느냐, 일단 석방 후 보완수사를 거쳐 기소하느냐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심하다 구속기소 결정을 내렸다. 대면조사 없이도 앞서 기소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자들의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기소와 공소 유지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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