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밤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 중이던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무려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여객기의 무안국제공항 참사 후 한 달여 만에 또다시 아찔한 사고가 발생해 국민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번엔 탑승객과 승무원 176명 모두 비상 탈출에 성공했지만, 만약 비행 중 불이 났다면 대형 참사가 재현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안전 매뉴얼에 허점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하겠다.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휴대용 보조 배터리 관련 사고는 최근 국내외 항공기에서 줄을 잇고 있다. 항공 위험물 운송 기준에 따르면 리튬메탈배터리와 리튬이온배터리는 승객의 카메라·휴대전화·노트북 등에 쓰이는 소량에 한해 기내 휴대나 수하물 반입이 허용된다. 보조 배터리는 수하물로 부칠 수 없지만, 리튬 함량이 2g 이하인 리튬메탈배터리나 100Wh 이하인 리튬이온배터리는 휴대할 수 있다. 그런데 리튬이온배터리는 외부 충격 등으로 폭발할 수 있어 기내 휴대를 하더라도 승객의 손이 닿지 않는 선반 등에 보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뒤 연기가 났다”는 증언이 잇따르는 만큼 이참에 반입물품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당국은 저비용 항공사를 대상으로 항공기 점검규정 준수 여부와 정비상태 등을 면밀하게 조사해 화재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하겠다. 무안공항 참사 당시 제주항공은 무리한 운항과 부실 정비 등 안전불감증을 의심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설 연휴 수요에 운항 횟수를 늘리면서 안전 관리에는 소홀했을 수 있어 기체 전력설비 등에 문제는 없었는지 확인해야 하겠다. 당국은 나아가 경상자 7명을 비롯한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도록 심리 지원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화재 당시 기내 안내방송이 없었고, 승객이 비상구를 직접 여는 등 비상 탈출 시 혼란에 따른 위험이 컸다는 증언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승무원을 상대로 한 소방안전 교육이 부실하게 진행된 정황일 수도 있어 에어부산에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사고 당시 매뉴얼에 따라 승무원이 비상구 쪽에 있는 승객에게 협조를 요청해 문을 연 것으로 파악됐다는 에어부산 측 주장은 당국의 조사를 통해 진위를 가려야 하겠다. 승객들도 승무원 통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게 사고에서 생명을 지키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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