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강성 지지층 편승은 악수
민심 바로 보고 정치 복원해야
세계일보가 창간 36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각각 41%, 38%로 접전 양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 추락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약진한 것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결사항전 태세를 취하고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보수·진보 진영이 결집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당층은 14%에 불과해 2022년 3월 대선 직전 17%(갤럽)보다도 줄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61%)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정권이 교체돼야(52%) 한다고 응답했다. 중도 성향 응답자는 탄핵 찬성(71%)과 정권교체 응답률(58%)이 평균보다 더 높았다. 국민 대다수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잘못됐으며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이 있는 여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의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여당이 수사·탄핵 심판에 반발하는 윤 대통령의 행보에 동조하면서 강성 지지층에 편승하는 게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은 여론을 바로 보고 비상계엄 사태가 법 절차 안에서 질서 있게 정리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37%)은 탄핵 찬성, 정권교체 응답률보다 한참 낮았다. 그 격차는 윤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에는 동의하지만, 이 대표를 차기 지도자로 받아들이기는 싫다는 목소리일 것이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그 원인을 성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이후 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내란 혐의로 탄핵한 데 이어 최상목 권한대행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에 빠진 나라를 정상화하고 민생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국민 눈에 민주당의 폭주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더 커지기 전에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조바심으로 읽혔을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정치 양극화’ 책임 주체로 민주당을 첫손에 꼽았다. 과거 민주당 내에는 비주류 의원들이 제왕적 당권을 견제하고 여야 협상 과정에서 완충 역할을 해왔다.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시 ‘비명횡사’ 공천이 상징하듯 친명(친이재명) 일색이 됐다. 정치 실종에는 야당을 상대하지 않은 윤 대통령의 책임도 작지 않지만 거야의 힘자랑도 원인이 됐다. 대다수 국민도 그렇게 보고 있었다는 게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셈이다. 이제라도 여야는 대선만 바라보는 정략적 행태를 버리고 국민의 삶을 살피는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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