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와 연필깎이와 지우개, 그리고 커피 한잔. 이 네 가지는 내가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꼭 책상 위에 있어야 하는 친구들이다. 그래야 안심이 된다.
세계지도는 내가 잘 모르는 나라나 도시가 책에서 나오거나 글 쓰는 중에 도시나 해협 등이 금방 떠오르지 않을 때 재빨리 찾아보기 위함도 있지만, 세상을 좀 더 넓고 깊게 이해하려는 지리 문해력과 지정학에도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연필깎이와 지우개는 늘 사용하는 필기도구가 연필이기 때문이고, 커피 한잔은 어쩌다 고질화한 내 나쁜 습관 탓이다.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커피보다 소금과자를 적극 추천했지만?유대인들은 책을 읽을 때 소금과자를 곁에 두고 먹는다고 한다. 뇌 활성에 도움이 된다나?그 말을 듣고 나도 천일염을 살짝 볶아 몇 번 실험해 보았는데 나쁘진 않았다. 하여 가끔씩 커피에 소금을 뿌려 마신다. 메릴린 먼로처럼.
그런데 그동안 가지고 있던 세계지도가 너무 낡고 더러워 새 지도로 바꾸고 싶어 몇 군데 가게를 둘러보니 좀체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이것도 인터넷으로 사야 하나. 이곳저곳 검색을 하다 오호, 쾌재라, 좋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세상을 한눈에 보는 지도책.’ 지구본의 왜곡과 평면 지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두 개의 원으로 그린 반구 세계지도! 세상을 반으로 나눈 두 개의 반구를 이어 붙여 가장 왜곡이 없는 진짜 세계 지리를 보여준다는 책. 지구와 인류에 관한 최신 이슈와 함께 우리가 마주해야 할 세상의 많은 진실과 문제점들을 시각적 스토리텔링으로 기록한 50여 개의 세계지도까지 담겨 있단다.
그렇담 이 세계 주요 현안은 물론 기후학, 생물학, 역사학, 사회학 등 광범위한 분야를 전체적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인데, 지도 보기를 무척 좋아했던 보들레르나 보르헤스가 알면 무지 기뻐했을 것 같다.
책을 쓴 저자들도 마음에 든다. 믿음직스럽다. 셋(세마르탱 라보르드, 델핀 파팽, 프란체스카 파토리) 모두 ‘르 몽드’ 기자들로 지도제작자이면서 지정학 전문가들이다. 그러니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지구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 같다. 너무 반가워 당장 그 책을 주문했다. 세계지도는 그 뒤에 사도 되니까.
지도는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직관적이고 강력한 도구다. 세계화 시대가 되고 보니 더욱더 정확한 세계지도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낀다. 지도를 보고 있으면 내가 사는 이 지구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걸 깨닫곤. 큰 사랑과 함께 좀 더 겸손해지고 겸허해진다.
제발 오늘 주문한 책이 미학적으로 오늘날의 세계를 정교하고 재미있게 그려낸 세계지도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 번 맛보게 해주었음 좋겠다.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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