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팔 난민 수용 노력” 선제 발표
‘韓 성의 표시’ 요구 가능성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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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통제와 주민 해외 이주라는 폭탄선언을 해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정세에 중대 변수가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take over)”이라며 “가자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외국의 좋고, 신선하고, 아름다운 다른 땅으로 재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필요시에는 미군도 파견해 미국 통제 속에 폐허를 개발할 뜻을 나타내며 가자를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1947년 유엔 결의 이래 국제사회의 다수 국가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현실적 해결책으로 지지하는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사실상 정면 부정하는 것이어서 큰 충격이다. 특히 미국의 역대 정권은 물론 트럼프 1기 행정부도 이·팔 양측의 공존을 의미하는 두 국가 해법을 중동정책의 기본으로 삼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제안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국제정세의 지각변동을 불러오며 일촉즉발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당장 이 땅에서 수천년간 살아온 당사자인 주민이 반발해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든다. 더욱이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이자 미국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주민 이주에 반대하고 나서 우호국 사이의 갈등만 증폭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제안의 불똥이 한반도로 튈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동 정세가 요동치면 산업경제의 동력인 석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또 다른 핵폭탄급 쇼크가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과 관련해 한국에 성의 표시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제안에 앞서 3일 뜬금없이 가자 주민 수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이 심상치 않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에 미국 정부의 기류를 읽었을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한국을 소외한 북·미 대화 가능성, 방위비 분담금 및 주한미군 문제 등 트럼프 행정부 재출범과 함께 쏟아지는 한·미 현안에 뜨거운 감자가 하나 더 늘어날 수 있다. 외교·안보 최고사령탑 부재라는 악조건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개봉한 판도라 상자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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