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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 입항 금지까지… ‘과잉관광 몸살’ 규제로 잡힐까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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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08 20:38:08 수정 : 2025-02-08 20: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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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오버투어리즘’ 대책 고심

여행객 폭증에 현지인들 “못 살겠다”

바르셀로나선 “집 가라” 대규모 시위
베네치아, 2024년부터 성수기에 관광세
암스테르담은 신규 숙박업 허가 중단
주요 명소 ‘방문객 상한제’ 도입 확산

일각 “규제 일변도 벗어나야” 지적도

비수기 여행 유도, 장소 분산 등 주목
코펜하겐, 환경친화 관광 장려책 내놔
쓰레기 줍고 자전거 타면 다양한 혜택
전문가 “관광객들도 접근 방식 바꿔야”
#1. 지난해 7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에 항의하는 현지인들의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이 든 현수막에는 ‘집으로 돌아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유명 식당 테라스에서 식사 중인 관광객을 향해 물총을 쏘기도 했다. 시위는 몰려든 관광객들이 일으키는 각종 소란과 시장이 2028년까지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임대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을 정도로 심각한 주거난 등이 도화선이 됐다.

#2. 지난달 14일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 마을 주민들은 이곳을 상징하던 자작나무 약 40그루를 모두 베어냈다. 이제 주변에는 ‘세븐스타 나무’로 잘 알려진 떡갈나무 한 그루만 남았다. 지난 30년간 껑충 자라버린 나무들이 드리우는 그늘로 농작물이 자라는 데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진을 찍으러 온 관광객의 노상 주차와 농지 무단 침입 문제가 더 컸다. 2016년 잘려나간 포플러 종 ‘철학의 나무’의 전철을 밟은 셈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주민들이 지난 2024년 6월19일(현지시간) 시내 중심가에서 ‘관광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과잉관광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바르셀로나=AP연합뉴스

2024년은 과잉관광과 그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발이 극에 달한 한해였다. 6일(현지시간)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해외여행객은 약 14억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관광 산업에 직격탄을 맞기 직전인 2019년의 99% 수준까지 회복했다. 1995∼2019년 25년간 연평균 5%가량씩 늘던 여행객 수가 코로나19로 한때 90%나 급감했다가 2022년부터 3년새 홍수처럼 불어났으니 현지인 입장에선 수용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가톨릭에서 매 25년마다 순례객 죄를 사해준다는 희년이어서 바티칸이 있는 이탈리아 로마 방문객이 3500만명선에 달할 전망이고, 유럽의 대표적 관광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10월 도시 건립 750주년을 앞두고 각종 행사를 기획 중이다. UNWTO는 경기 침체, 지정학적 갈등 확산 같은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올해 해외관광객이 지난해보다 3∼5%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게티이미지뱅크

◆관광세·크루즈선 입항 금지·입장객 수 제한

과잉관광에 시달리는 지역의 가장 흔한 대처 방식은 규제다. 지난해부터 성수기 당일치기 여행객에게 5유로(약 7500원) 관광세를 부과한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올해 과세 일수를 늘릴 예정이다. 숙박시설 관리도 강화했다. 임대업자는 이제 비대면 방식으로 방을 빌려줄 수 없으며, 쓰레기 수거용 봉투에 별도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임대 가능 기간이 1년에 120일로 줄어든다.

 

암스테르담은 숙박비의 12.5%를 관광세로 물린다. 유럽 최고 수준이다. 크루즈선 승객세도 14.50유로(2만1800원)로 올렸다. 이밖에 도심에서 7.5톤 이상 버스 운행을 금지하고 주요 지역의 신규 호텔·숙박업 허가를 중지했다.

 

프랑스 니스 시장은 올해 신년 연설에서 “크루즈선 여행객들이 소비는 하지 않고 쓰레기만 남긴다”며 크루즈선 입항 금지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768척의 크루즈선이 도착해 129만명의 승객이 다녀간 인구 1만명의 작은 섬 그리스 미코노스도 크루즈 승객 1인당 20유로(3만원)의 세금을 걷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그리스 아네테 아크로폴리스, 미국 하와이 하나우마베이처럼 문화·자연 유산 보호를 위한 방문객 상한제 시행도 늘고 있다. 지난해 400만명이 다녀간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는 올해부터 성수기에는 오전 1만5000명, 오후 5000명으로 하루 2만명의 입장만 허용한다. 입장권 사전 예약은 필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덴마크 ‘코펜페이’ 등 대안 모색도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런 규제는 현지인의 삶의 질과 관광객 만족도 사이에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하며, 문화·자연을 지키는 조치일까. 베네치아는 지난해 관광세로만 220만유로(33억원)의 수익을 내긴 했지만, 약 50만명이 기꺼이 관광세를 내고 당일치기 여행을 했다. 과밀 억제엔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미 컨설팅회사 매킨지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유명 관광지는 장벽을 세우는 대신 관광객을 환영할 채비를 강화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관광이 여전히 수익성 높은 산업이고, 과잉관광에 신음하는 현지인도 다른 나라의 관광객이 될 수 있는 만큼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유명 관광지의 지자체가 ‘더 많은 관광객 유치’ 전략에서 ‘관광객의 긍정적인 경험 창출 및 주민 삶과의 균형’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으로 전환하고 있다. 비수기 여행 장려, 관광지 분산 시도 등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여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환경 친화적 관광을 장려하기 위해 ‘코펜페이’라는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쓰레기를 주워 오거나 지하철·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박물관 입장권 할인, 무료 커피 등 혜택을 제공했는데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더 많은 기업이 이 사업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과잉관광 문제를 줄이려면 관광객들도 접근 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여행 방법·시기·장소를 조금만 조정하면 과잉관광 문제를 가중시키지 않고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MZ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로부터 호응이 큰 여행 열쇳말은 ‘듀프’(DUPE)다. 싸구려 복제품이라는 뜻인데, 여행에선 인기 관광지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서도 덜 붐비고 가성비 높은 지역을 찾아 나선다는 의미로 쓰인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는 2023년 말 ‘여행 동향 보고서’를 통해 서울 대신 대만 타이베이, 인도네시아 발리 대신 롬복 등을 듀프 여행지로 제시한 바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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