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레터’ 촬영지선 열차 사고도
한국인이 해외여행지로 가장 많이 찾는 나라는 일본이다. 5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 첫 사흘간(1월24∼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외로 떠난 국적사 여행객 3명 중 1명 꼴(33.4%)로 목적지가 일본이었다.
엔화 가치 하락(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 관광업은 특수를 누렸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은 지난해 방일 외국인 수가 3687만명으로 2023년보다 47.1%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3188만명과 비교해도 500만명가량이나 늘었다. 국적별로는 한국이 882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698만명), 대만(604만명), 미국(272만명), 홍콩(268만명)이 뒤를 이었다. 크리스마스·연말연시를 맞아 여행 수요가 고조된 지난해 12월엔 1964년 관련 통계 작성 시작 이후 처음으로 방일 외국인 수가 340만명을 돌파했다.
흐름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일본도 과잉관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의 한 편의점은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인증샷 명소로 입소문을 타며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리자 산이 안 보이게 가림막을 세워 버렸다. 마을 당국이 안내판을 설치하고 경비원도 고용했지만 관광객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 교통 방해, 사유지 침범 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극약 처방을 한 것이다.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로 유명한 홋카이도 오타루의 아사리역도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지난달 23일엔 한 중국인 여성이 선로에 들어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다 공항행 쾌속열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곳 한 주민은 홋카에도 HBC방송에 “차단기가 내려가고 ‘위험하다’고 말해도 관광객들이 듣질 않는다”며 “기차가 급정거하는 일이 몇번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교토에서는 폭증하는 관광객으로 주거·교통 환경 문제가 커진 데 더해 게이샤(기녀), 마이코(어린 기녀)를 졸졸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 행태 등이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같이 한 관광지에 수용 가능한 인원 이상이 몰려 발생하는 갖가지 민폐를 일본에서는 ‘관광공해’라고 부른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18, 19일 11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과잉관광이 문제라는 응답이 ‘크게’ 23%, ‘어느 정도’ 55%를 합쳐 78%로 집계됐다. 다만 지난해 방일 외국인이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을 두고는 ‘잘됐다’가 68%로 ‘잘못됐다’는 반응(21%)보다 많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