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여파…전세보다 월세 선호현상 심화
아파트·오피스텔 월세 가격 지속적으로 상승중
“월세 1000만원 이상의 거래가 증가하는 것은 고소득층의 초고급 주거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초고가 월세 시장의 확장은 부동산 시장 내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소득층을 위한 고급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반면, 중산층과 서민층의 주거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초고가 월세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월세 1000만원 이상의 초고가 거래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거 시장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543㎡(5층)가 보증금 15억원, 월세 1000만원에 신규 거래됐다.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 전용 84.54㎡(45층)가 보증금 3억원, 월세 1100만원에,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전용 124.02㎡(30층)가 보증금 1억원, 월세 1000만원에 각각 계약됐다.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전용 124.02㎡(13층)도 보증금 1억원, 월세 1100만원으로 임대차 계약이 갱신됐다. 서울 성동구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00㎡는 지난해 5월 보증금 3500만원, 월세 35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된 바 있다.
월세 2000만원이 넘는 초고액 월세 계약도 지난해 25건이나 신규 체결됐다. 이는 주거비 부담이 평균 소득 대비 급격히 상승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작년 3분기 기준 도시지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54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소득의 두 배 이상을 월세로 지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20년까지만 해도 월세 1000만원 이상 신규 거래는 전무했다. 600만원을 넘는 거래도 4건에 불과했다. ▲2021년 50건 ▲2022년 135건 ▲2023년 153건으로 증가했다. 전체 월세 신규 계약에서 초고가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0.14% ▲2022년 0.22% ▲2023년 0.21% ▲지난해 0.23%로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당국의 전세대출 규제 강화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일부 시중은행들이 유주택자를 대상으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아파트 월세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초고가 월세 시대가 서민 주거 안정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전세금 반환 사고, 전세 사기 등의 여파로 인해 전세보다 월세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및 오피스텔 월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중이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지난달 기준 120.9로, 전년(112.2) 대비 7.9% 상승했다. 이는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며, 강북 14개구의 월세지수는 7.4%, 강남 11개구는 8.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3.1%, 전세보증금이 6.2%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월세 상승폭이 더욱 두드러진다. 월세지수는 96㎡ 이하 중형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월세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 사기 여파와 전세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월세를 찾는 임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전셋값 상승과 시중은행들의 전세대출 문턱 강화가 맞물려, 월세 상승세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의 추가적인 주거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세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공급 확대 및 금융 규제 완화 등 종합적인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