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지구와 이토록 놀라운 사람들/ 디에고 브리아노, 안토넬라 그로솔라노, 프란시스코 요렌스/김유경 옮김/최선을 다하는 지리 선생님 모임 감수/롤러코스터/1만7800원
면적이 겨우 100㎢에 불과하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다섯 나라가 있다. 산마리노, 투발루, 나우루, 모나코, 바티칸시티. 이 나라들은 아무리 작아도 자국 영토에 대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바티칸보다 무려 800배 작은 나라도 있다. 시랜드다. 영국 해안에서 10㎞ 떨어진 바다에 자리 잡고 있다. 크기가 550㎡인 초소형국민체 ‘마이크로네이션’이다. 본토도 아니고 섬도 아닌, 버려진 군함 기지에 세워졌다. 러프스 타워라고 불리는 이 구조물은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해군이 독일 해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전쟁이 끝나자 영국은 북해 플랫폼을 대부분 해체했지만 이것만은 그대로 남겨두었다가 1956년 버린 뒤 방치했다. 1967년 패디 로이 베이츠가 20여명의 가족을 이끌고 이곳에 정착했다. 그해 9월2일 농구장보다 약간 큰, 버려진 플랫폼 위에 나라를 세운 것이다.
구룡채성은 홍콩의 구역 중 하나다. 이곳 건물들은 옆으로 확장할 수 없어 위로 늘려 갔다. 주민들은 건축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나 계획도 없이 한 층씩 쌓아 올렸다. 300∼500채의 건물이 서로 붙어 있는 모양이 되고 말았다. 전체가 하나처럼 붙어서 무너질 염려는 없었다. 다른 건물로 이동하기 위해서 지은 공간은 너비가 1m 정도인 좁은 골목들이었다. 이런 구조 탓에 안으로 햇빛이 들어오지 못해 ‘어둠의 도시’라는 별칭이 붙었다. 24시간 내내 형광등으로 좁은 내부 통로들을 비춰야 했다.
책은 믿기지 않는 지구 곳곳의 삶을 보여준다. 모든 장소는 지리와 역사, 기후, 경제, 교통, 천연자원과 우연성이 결합해 독특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유별나서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삶의 모습을 가진 곳도 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수천 명이 몰려들어 사는 해발 고도 5000m가 넘는 마을, 6만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고 모든 외부 접촉을 격렬하게 거부하는 섬, 아무것도 안 해도 연간 수입의 10%가 그냥 들어오는 나라, 수수께끼의 석상 모아이가 가득한 라파누이, 비행기와 미군을 섬기는 종교가 이채로운 바누아투, 외국에 자신들을 내보이지 않는 독재국가 투르크메니스탄, 거의 모든 주민이 한 건물에서 사는 미국의 휘티어 등.
저자들은 유튜브 ‘어마어마한 세상’의 제작팀이다. 불가사의한 장소들과 거기 터 잡은 이들의 삶을 더욱 널리 알리고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각 장에는 어디서도 들어보기 힘들었던 30개 지역의 이야기와 함께 지도, 사진, 다이어그램, 그래프 등을 충실히 담았다. 독자들은 멋진 사진, 한눈에 들어오는 지도, 명쾌한 이미지를 따라가며 어마어마한 사연을 듣게 된다. 장소의 이야기는 곧 그곳에 사는 인간의 이야기다. 우리와 멀고 다른 것 같지만, 기후변화나 국제 정세에 따라 갑자기 가깝게 연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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