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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젊은 남성들은 …어떻게 세상과 맞섰나

입력 : 2025-02-08 06:00:00 수정 : 2025-02-06 20: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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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개미 투자자의 반란’ 게임스톱 사건
공매도 세력 대응해 주식 무더기 매수
일부 헤지펀드 막대한 손실 내고 파산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투자 방식 주목

먹이사슬 최상위에 자리했던 남성들
시대 변화로 여성에게 뒤처지기 시작
분노·혐오로 똘똘 뭉친 불안세력 잉태
돈과 시장에 집착하게 된 현실 파헤쳐

분노 세대/ 너새니얼 포퍼/ 김지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만3000원

 

2021년 1월 발생한 ‘게임스톱 사건’ 전말을 취재해 ‘돈과 남성성, 권력, 온라인 문화의 관계’를 날카롭게 파헤친 책이다. ‘게임스톱 사건’은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인 ‘레딧’을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대형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대응해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한 뒤 주가가 폭등한 사건이다.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일부는 파산 위기에 처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 금융 정보 전문 미디어그룹 ‘블룸버그’ 뉴스 편집자인 저자는 이런 전례 없는 금융위기를 주도한 젊은 남성들과 그들의 주 무대였던 레딧의 소모임 ‘월스트리트베츠’에 주목한다. ‘월스트리트베츠’는 투기성 금융거래에 초점을 맞춘 온라인 커뮤니티다. 그는 “이 사건이 단순한 투자 열풍이나 개인들의 충동적 행동이 아니었다”며 “기존 금융 시스템의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반발이 만들어낸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한 것을 의미한다. ‘월스트리트베츠’는 시장을 뒤흔드는 새로운 주체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

 

‘분노 세대’는 사회적 소외에 분노한 젊은 남성들이 어떻게 글로벌 금융과 정치를 뒤흔드는가를 보여주는 르포르타주다. 저자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불평등과 부조리에 분노한 청년들의 분노와 반발로 등장한 ‘월스트리트베츠’는 시장을 뒤흔드는 새로운 주체로 등장했고, 금융시장의 권력 구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

책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로 금융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젊은 청년들은 기존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투자 방식을 따랐다. 한 방을 노리는 투자나 도태되고 싶지 않은 심리가 반영된 ‘포모(FOMO)’ 현상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기존 투자 규칙을 깡그리 무시한 채 위험하고 무모한 거래가 횡행했다. 젊은 투자자들은 금융 전문가가 아닌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투자 정보를 얻었다. 이는 곧장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탔고, 개인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밈주식’과 밈을 활용하여 만든 암호화폐 ‘밈 코인’ 광풍을 불러왔다. 게임스톱 사건은 과거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불안 세력을 만천하에 드러나게 한 사건이기도 하였지만 반대로 인터넷 군중이 자신들의 힘을 생생하게 체험한 사건이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월스트리트베츠’로 대표되는 젊은 남성들의 분노는 현재도 진행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들은 여전히 기성세대의 관습과 권위를 불신하고, 자신들의 사회적 소외를 오직 ‘분노’로만 표출하고 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인간 사회에서 먹이사슬의 최상위를 차지했던 젊은 남성이 언제부터인가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젊은 여성들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증거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추세가 빨라져 젊은 남성은 이제 친구를 사귀고, 좋은 성적을 받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확률이 젊은 여성보다 낮아졌다. 전통적 남성성의 특징인 공격성과 경쟁심보다 협력과 감성 지능을 우선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젊은 남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현실과 게임스톱 사건이 무관하지 않다.

 

책은 분노한 젊은 남성들이 어떻게 글로벌 금융과 정치를 뒤흔드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주된 성향으로 인터넷에서 공격적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도발하는 행위인 ‘트롤링’을 꼽는다. 이들은 트롤링을 통해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때로는 권력을 조롱하며 반란까지 일으키기도 한다.

“트럼프는 wsb(월스트리트베츠)의 정체성을 실제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트럼프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대변한다. wsb 회원들은 운영진을 바보라고 생각한다. 바보 같은 짓만 하니까 모든 것이 단순히 사람들을 엿 먹이려고 신중하게 계획된 일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이걸 트럼프보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92쪽)

 

너새니얼 포퍼/ 김지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만3000원

저자는 이들 분노한 세대의 중심에는 대표적인 기성세대인 도널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가 있다고 꼬집는다. 트럼프는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의 정서를 정치적으로 활용했고, 머스크는 트롤링을 무기로 대중의 지지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분노와 혐오로 똘똘 뭉친 불안 세력은 기존 체제의 규칙을 없애고 오로지 욕망으로만 지탱되는 게임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분노한 청년들이 트럼프 2.0 시대와 테슬라 주가 폭등, 밈 코인 열풍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 이야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장강명 소설가는 “이 사건이 익숙한 이유는 같은 균열이 한국 사회에도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 담론에서 젊은 남성들이 소외되고 그들의 분노가 결집해 정치적 올바름을 둘러싸고 문화 전쟁이 벌어지고 반대편에서 극단주의가 부상한다. 예상치 않은 곳에, 예상치 않은 방식으로 먼저 온 미래에 대한 르포르타주”라고 책을 평가했다.

책은 수백만 명의 미국 젊은이가 왜 돈과 시장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경제, 정치, 대중문화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는지를 예리하게 포착해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독자가 디지털 시대의 집단행동과 권력 구조를 이해하기에 유용한 책이라 할 만하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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