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바르고… 한류 열풍에 2024년 수출 최고
하이트진로, 축구장 11배 베트남 공장 착공
‘불닭 신화’ 삼양식품도 中에 첫 해외 공장
오리온 해외투자 박차… CJ 북미·유럽 공략
화장품 ODM 기업들 美 공장 활용 생산 ↑
업체 '美 관세정책 주시… 대응 마련 골몰”
‘K콘텐츠’ 열풍에 올라탄 국내 식품·뷰티 기업들이 올해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식품·뷰티 수출액은 지난해 역대 최고를 기록해 큰 성장세를 보였다. 경기불황과 고물가 탓에 내수가 부진하자 업체들은 수출 비중을 높이고 현지에 생산 설비를 짓는 등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타이빈성에 있는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서 5일 해외 생산 공장 착공식을 진행했다고 6일 밝혔다. 하이트진로의 첫 해외 생산기지로 내년까지 축구장 11배인 8만2083㎡(약 2만5000평) 크기로 설립된다. 하이트진로는 이 공장에서 연간 500만상자까지 생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주요 수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이지만 동남아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베트남에 거점 생산기지를 짓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동남아 유통망을 확대하고 수출국을 늘리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이처럼 국내 식품·뷰티 업계는 올해 초부터 현지 공장 설립 등 해외 진출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성장이 가팔랐는데, 이런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약 117억달러(16조9500억원), 화장품은 102억달러(14조7700억원)에 달했다. 화장품 수출이 100억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종우 아주대 교수(경영학과)는 “올해 (유통업계) 화두는 수출”이라며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국내 브랜드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불닭볶음면 신드롬’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린 삼양식품은 2027년 중국에 첫 해외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오리온은 미국에서 단일 품목이 연 매출 400억원을 넘으면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오리온의 ‘꼬북칩’ 매출은 200억원으로 예상된다. 오리온은 식품업계에서 선도적으로 해외에 진출해 중국(6개)과 베트남(2개), 러시아(2개), 인도(1개) 등 11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해외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CJ제일제당도 2027년까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공장을 짓는다. 헝가리에도 비비고만두 생산 공장을 만들어 북미와 유럽에서 유통망을 확대할 방침이다. SPC그룹은 1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2027년까지 미국 텍사스주에 제빵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미국과 캐나다뿐만 아니라 앞으로 진출할 중남미 지역에 제품을 공급하는 거점 기지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 생산) 기업들은 미국 공장을 활용해 현지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한국콜마는 올 상반기 안에 미국 제2공장을 가동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현지법인을 세운 CJ올리브영은 미국 1호 오프라인 매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 확대에 나선 국내 식품·뷰티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장벽을 쌓고 있어서 업체들은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관세가 결정된 것은 아니어서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관세는 기업이 논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서 기업들 우려를 줄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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