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평 남짓한 방 보일러도 안 돌아
패딩·전기장판 유일한 방한용품
내수부진·계엄 여파 기부금 ‘뚝’
네이버 ‘해피빈’ 기부금 100억 줄어
후원단체들 “재정 바닥난 적도”
7일 수도권·중부 최대 10㎝ 눈
주말에는 추위 다소 누그러질 듯
올겨울 최강한파가 몰아친 4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부근의 체감온도는 영하 14도를 오르내렸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았다는 손모(77)씨의 두 평 남짓한 방에는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는다. 한파에 의지할 유일한 방한용품은 두꺼운 패딩과 전기장판뿐이다. 그나마 이틀 전 복지단체를 통해 전기난로를 받았다. 손씨는 “난로가 없었을 땐 방이 영하 아래로도 떨어졌다”고 했다. 손씨와 대화하는 동안 방 안 온도는 영상 5∼10도를 오갔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영등포 쪽방촌에는 건물 68개에 546개 쪽방이 밀집해 있다. 주민은 395명. 2년 전보다 13명 줄었다. 이곳에서 만난 쪽방촌 봉사단체 프레이포유 이미영 대표는 쪽방촌 건물 중 6곳은 여전히 보일러가 없다고 했다. 보일러가 잘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쪽방에서 15년 넘게 살았다는 한 50대 남성은 “연탄보일러가 들어오긴 하는데 어디 문제가 있는지 따뜻하지 않다”며 “씻을 때도 찬물을 쓰고 수도가 얼 때마다 물을 끓여 녹이고 있다”고 푸념했다. 김형옥 영등포쪽방상담소 소장은 “지난해 11월 보일러를 점검했는데 관리인과 건물주가 수리에 동의하지 않은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보일러 등 시설이 고장 나도 수리를 미루는 것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후원 물품이 줄어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25년 넘게 쪽방에서 살았다는 70대 차모씨는 “올해는 경기가 어렵다고 하더니 후원도 별로 없고 설에도 오는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영등포는 단체후원이 많은데 경기 여파로 후원이 줄어든 것은 맞다”며 “정부 보조금이 늘어 후원금 부족분을 채운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내수 부진과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복지단체에 들어오는 후원금은 박해졌다. 사단법인 네이버 해피빈의 지난해 기부금은 208억원으로 2023년(325억원)에 비해 100억원 넘게 줄었다. 쪽방촌 봉사를 하는 가톨릭사랑평화의집도 지난해 12월 후원금이 4064만원으로, 전년(4132만원)보다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등포 쪽방촌 봉사를 하는 사단법인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도 지난해 12월 현금관리서비스(CMS) 이체 후원금이 2413만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3%(385만원) 줄었다. 이 대표는 “12월의 경우 크리스마스가 있어 종교단체 후원이 조금 들어오지만 전반적으로 계속 힘들어지고 있다”며 “재정이 바닥난 적도 있다”고 했다.
7일도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지는 등 강추위가 이어질 예정이다. 오후부터 수도권과 중부 지방에는 최대 10㎝의 눈이 예상된다. 기상청은 주말인 8∼9일 이후부터 찬 공기가 동쪽으로 빠지면서 한파가 점차 누그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정월대보름인 12일 이후에는 기온 변동이 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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