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 수험생인 아들 학원비라도 제때 내면 좋겠습니다.”
충남의 한 건설사 하청업체에 다니는 김모(48)씨는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 간다. 지난 2년 간 임금이 계속 밀려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할 수 없어서다. 최근 두 달 간은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임금도 다 못받고 새해를 맞이했다”며 “올해는 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회사측은 ‘경기가 안좋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부모는 안 먹고 안 입을 수 있는데 하나 밖에 없는 아들 공부나 제대로 시켰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금 체불 문제는 비단 김씨 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2조448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었다. 건설업 등 경기 위축에 더해 임금 총액 자체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임금체불 발생액은 2조448억 원으로 전년도 1조7845억 원보다 14.6% 증가했다.
임금 체불액은 2020년 1조5830억원을 기록한 뒤 코로나19 시기인 2021·2022년 1조3000억원대로 감소했으나 2023년 다시 증가하며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작년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는 28만3212명으로 2023년(27만5432명)보다 2.8% 늘었다. 청산율은 81.7%로, 전년(79.1%) 대비 2.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2022년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청산율이다.
청산액 또한 1조 669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노동부는 임금 체불 증가의 원인으로 ▲건설업 등 경기 위축 ▲일부 기업의 대규모 집단체불 ▲경제 규모 확대에 따른 임금 총액 증가 ▲안이한 사회적 인식 등을 꼽았다.
노동부는 올해 임금체불로 고통 받는 근로자를 줄이고, 체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임금체불 집중 관리 방안’을 전 지방고용노동관서와 함께 시행할 계획이다.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 제재와 정부 지원 제한 등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오는 10월 23일 시행된다.
한편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임금 체불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최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금 체불 설문조사 결과, 39.4%는 ‘임금 체불을 경험한 적 있다’고 했다. 받지 못한 임금 종류는 기본급(27.8%), 연장·야간·휴일 근무수당(27.0%) 순이었다.
응답자 중 69.9%는 ‘임금 체불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임금을 떼이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로는 ‘인사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38%로 가장 많았다. ‘대응해도 체불 임금을 받지 못할 것 같아서’(27.8%), ‘신고 등 대응 방법을 몰라서’(16.5%)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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