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임명 논란을 헌재로 들고간 국회
‘권한대행 임명권’ 이면엔 여야 샅바싸움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발생한 헌법재판관 임명 ‘잡음’은 국회가 재판관 인선을 제때 하지 않은 것에서 발단이 됐다.
지난해 여름 무렵부터 후임자 선출을 서두르지 않으면 헌재가 ‘마비’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국회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것이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엔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를 다투다 이마저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맡긴 상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인지를 가리는 권한쟁의심판 변론기일을 10일 연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책임이나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헌재가 그 권한의 존부나 범위를 판단하는 제도다. 최 대행이 지난해 12월31일 국회에서 선출된 재판관 3명 중 2명(정계선·조한창)만 임명한 것은 “국회의 선출 권한과 이를 통한 헌재 구성 권한 등을 침해한 것”이라며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기한 사건이다.
헌재는 당초 3일 이 사건 선고기일을 진행하려다가 선고를 약 2시간 남겨두고 변론재개를 결정했다. 헌재가 구체적인 연기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에서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해 제기하는 쟁점을 분명히 정리하고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간 여권과 윤석열 대통령 측은 헌재가 졸속으로 이 사건 심리를 해왔다고 비판해왔다. 우원식 의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며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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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추천하는 6년마다 합의에 ‘진통’
이번 재판관 공백 사태는 지난해 10월17일 이종석·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시작됐다. 국회 추천 몫인 세 자리를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자 몇 명을 추천할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사이 재판관들의 임기가 지나버린 것이다.
이들 보다 약 한 달 일찍 퇴임한 이은애 재판관의 후임 인선 절차는 대법원에서 6월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국회는 여름이 지나도록 추천 인원수도 정하지 못해 ‘헌재 마비론’이 일찍이 제기됐다. 헌재법은 재판관 7명 이상이 돼야 사건을 심리하도록 했는데 재판관 3명이 퇴임하면 재판을 진행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간 국회는 추천 몫인 재판관 3명에 대해 여야가 각각 1명을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협의로 추천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다만 이는 관례일 뿐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합의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2012년 1년 넘게 임기 만료로 퇴임한 재판관 후임자를 정하지 못하다가 추가로 4명이 동시에 퇴임하면서 5명이 공석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18년엔 자유한국당이 민주당 추천을 받은 김기영 후보자의 정치 편향을 문제 삼자, 국회 몫 재판관 3인에 대한 표결이 미뤄졌다. 결국 35일간의 줄다리기 끝에 여야가 극적인 타협을 이뤘다. 재판관 임기인 6년마다 국회 합의 문제로 재판관 공백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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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국면서 입장 달라진 여야
민주당은 이번 재판관 추천을 두고 과반 의석을 앞세워 2인 추천권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헌법재판을 공전하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이 무더기로 탄핵 소추안을 가결시킨 뒤 헌재의 심리마저 중단시키고자 인선을 미룬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양당의 입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 뒤바뀌었다. 민주당은 재판관 인선을 서둘러 재판관 9인 ‘완전체’를 만들고자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2월6일 조한창 후보를 추천했다가 돌연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인선 절차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도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재판관 임명을 ‘보류’했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권을 갖느냐를 두고 다퉜지만, 이면에는 재판관 구성과 탄핵심판 결정 시기를 두고 각자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수싸움이란 분석이 나왔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됐을 때도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으로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바 있다.
정계선·조한창 재판관과 함께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임명동의안까지 본회의를 통과한 마은혁 후보자는 최근 대법원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이뤄진다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중도 합류하게 된다. 다만 이날 기준으로 변론기일만 6차례 진행된 만큼 새로 바뀐 재판부 구성원을 위해 앞선 재판 내용을 확인하는 재판갱신절차를 거칠 수도 있다. 이 경우 재판 절차가 다소 지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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