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곰팡이에 노출되면 심각한 건강 문제 생길 수 있어…사망 이를 수도”
김모(45) 씨는 겨울철 추운 날씨 때문에 빨래를 실내에서 말리는 습관이 있다. 영하의 날씨가 지속되면서 창문을 닫아두고 난방을 가동하는 날이 많아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집 안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욕실과 거실 벽 구석에 검은색 반점이 생겼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점 기침과 코막힘 증상이 심해졌다. 밤에는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고, 결국 응급차에 실려 병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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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실시한 검사 결과, 김 씨는 아스페르길루스 곰팡이에 의한 알레르기성 기관지염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의사는 실내 공기 중 곰팡이 포자가 면역 반응을 유발하여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김 씨는 곰팡이를 제거하고 실내 환기를 철저히 하는 등 환경을 개선한 뒤에야 건강이 회복될 수 있었다. 그는 “겨울철 빨래를 실내에서 말리는 것이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줄 몰랐다”며 “앞으로는 건조기를 사용하거나 가급적 베란다에서 빨래를 말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겨울철에는 눈이 자주 오고 영하의 기온이 지속되면서 빨래를 실내에서 말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영국 버밍엄대 면역학·면역 치료 전문가 레베카 드러먼드 박사는 호주 비영리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통풍이 잘되지 않는 공간에서 젖은 옷을 걸어 말리면 실내에 곰팡이가 더 많이 번식할 수 있다”고 8일 밝혔다.
실내에서 곰팡이가 자라면 벽에 검은색이나 녹색 반점이 생기고 특유의 불쾌한 곰팡이 냄새가 발생한다. 드러먼드 박사는 “장기간 곰팡이에 노출되면 심각한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습한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곰팡이인 페니실리움과 아스페르길루스는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면역 체계는 곰팡이 포자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만, 면역 체계가 이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감염을 유발하거나 기존 질환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아스페르길루스는 면역 기능이 저하된 사람이나 천식, 낭포성 섬유증,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 폐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천식 환자의 경우 곰팡이 포자에 과민 반응을 보이며 폐 염증을 유발해 호흡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곰팡이 포자는 단순히 염증을 일으키는 것뿐만 아니라 폐 조직에 침범해 출혈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는 포자가 발아하여 긴 거미줄 모양의 균사체를 형성하고, 이로 인해 기도가 막히거나 폐 조직이 손상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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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집 안의 통풍을 원활하게 하고, 제습기를 사용하거나 겨울철 실내에서 빨래를 말릴 때 가열식 옷걸이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화장실에 걸어둔 수건이 각종 박테리아와 병원균의 서식지가 될 수 있어 감염병 전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왔다.
BBC에 따르면 미국 시몬스대 생물학자 엘리자베스 스콧 박사는 화장실에 걸린 수건을 통해 살모넬라균, 노로바이러스, 대장균뿐만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전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병원균은 수건에서 최대 24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다.
사용 후 젖어있는 수건은 습도가 높은 화장실 환경에서 곰팡이와 병원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 변기에서 공기 중으로 퍼지는 미생물까지 흡수하면서 더욱 오염될 위험이 크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 미생물이 수건 표면에 생물막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수건의 색깔이 변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스콧 박사는 “가정에서는 수건을 자주 세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세탁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개인의 건강 상태와 환경에 따라 빈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토와 설사 증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개인 수건을 사용하고 매일 세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수건 세탁 시에는 40~60도의 온수로 세탁하는 것이 좋으며, 가끔 항균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찬물 세탁을 할 경우에는 효소나 표백제를 첨가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햇볕에 말리면 자연적인 살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겨울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고, 곰팡이와 병원균이 번식할 가능성을 줄이는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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