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나토 회원국은 ‘절레절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 대상국으로 독일을 선택했다. 유럽연합(EU)의 지도국이자 서방에서 미국에 이은 제2위 경제 대국인 독일을 상대로 더 많은 국방비 지출을 요구하는 계기로 삼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5% 이상을 방위 분야에 써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7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오는 10일부터 유럽 순방에 나서 독일, 벨기에, 폴란드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과 폴란드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는 미국이 이끄는 나토의 본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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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 장관은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미군 유럽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를 차례로 시찰할 예정이다. 미군 유럽사령부의 크리스토퍼 카볼리 사령관(육군 대장)은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을 겸임하고 있다.
독일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나토 역내 2위의 경제 대국으로서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을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 악수를 거부하는가 하면 주독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독일은 방위 예산을 늘려 현재는 GDP의 2%를 넘어섰다. 하지만 그 사이 GDP 대비 국방비 지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 수준은 2%에서 3%를 거쳐 5%까지 치솟은 상태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달 유럽의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독일이 GDP의 5%를 방위비로 쓰는 것은 전체 국가 예산의 무려 40% 이상을 국방에 지출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물론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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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 장관은 독일 일정을 마친 뒤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해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선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방안을 주로 논의할 예정이나, 미국의 관심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보다는 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더 많은 국방비 지출을 촉구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들 중 유일하게 트럼프 행정부의 GDP 대비 5% 기준 충족에 근접한 나라로 꼽힌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한 폴란드는 한국 등에서 무기를 대규모로 사들이며 방위 예산을 아낌없이 쓰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런 폴란드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더 많은 미군 배치 등 ‘당근’을 제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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