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 써야
투여 시간 늦어지면 합병증 가능성 ↑
3개월 넘으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 돼
최근 증상초기 ‘융단폭격식’ 치료 대세
최후 수단으로 ‘척수신경자극기’ 사용
‘싱그릭스’ 발병·합병증 줄여줘 혁신적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수치를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통증 점수(VAS Score)’에서 최고점인 10점이 나오는 질병입니다. 환자들에게 극한의 통증이지만 한 번에 완치가 가능한 치료제는 아직 없습니다. 무엇보다 고령일수록, 통증 강도가 강할수록, 항바이러스제 투여 시간이 늦을수록 치료 효과가 떨어집니다. 대상포진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과 대상포진 발병 후 72시간 ‘골든타임’ 내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아주 중요한 이유입니다.”
조학무 고려대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최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위험성을 설명하며 예방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상포진은 신경절 내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VZV)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신경절을 따라 활성화하며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50대 이상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피부 발진과 수포. 발진과 수포는 몸통, 얼굴, 팔, 다리 등 전신 어디든 나타날 수 있는데, 다른 피부 발진과 달리 신경절을 따라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몸 한쪽에 모여 띠를 그리듯이 나타난다.
대상포진 치료는 발병 이후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가장 중요하다. 투여 시간이 늦어질수록 합병증, 즉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대상포진은 발병 후 보통 몇 주 내 회복합니다. 그러나 바이러스로 염증이 생기고, 신경이 손상되면서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에 영향을 미쳐 지속적인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기간이 3개월 넘어가면 질병명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바뀝니다.”

대상포진 환자의 10∼30%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다.
환자들은 극심한 통증을 △불에 타들어 가는 느낌 △칼로 찌르는 느낌 △전기가 찌릿찌릿한 느낌 등으로 표현한다. 이런 통증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씩 이어질 수 있다. 단번에 이 통증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현재는 없다. 손상된 신경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통증 관리를 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 치료 방법은 약물(진통제·항우울제·항경련제), 패치, 신경차단술 등이 있다.
신경차단술은 주사 형태로 마취제나 스테로이드 약물 등을 통증이 나타나는 신경 근처에 주입해 염증을 줄이고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치료다.
“환자들이 ‘차단(block)’이라는 단어 때문에 신경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것이란 오해를 많이 하지만 일시적인 작용입니다. 가령 마취약을 주입한 신경차단술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소위 마취약 ‘약발’이 떨어집니다. 불이 난 곳에 물 한 통을 붓는 셈인데, 불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불씨가 줄어들면서 통증이 떨어지는 것이죠.”

이와 유사하게 통증이 있는 신경 근처에 고주파 에너지로 박동 형태의 전기 자극을 가하거나(박동성 고주파술·PRF), 열을 가하여 통증 신호를 차단(고주파 열차단술)하며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조 교수는 “고령이면서 초기 통증이 강하게 나타날 경우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극한의 통증이 평생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 때문에 심각한 통증의 경우 초기부터 약물과 신경차단술 등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는 ‘융단폭격식’ 치료가 최근 추세”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약물 복용 후 반응을 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통증 사다리’가 대세였던 반면, 최근에는 초기 ‘융단폭격’이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치료 효과가 더 좋은 데다 단계별로 한 가지 약을 고용량으로 쓸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뿐 아니라 거의 모든 통증 관련 질병 치료에 통용되는 추세다.
통증이 계속 지속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척수신경자극기(Spinal Cord Stimulator·SCS)를 쓴다. 몸에 전기 자극을 주는 기기를 삽입해 통증이 있을 때마다 전기적 자극을 전달해 통증을 덜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기기를 심는 과정에서 수술이 필요하고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무엇보다 움직임에 따라 척수에 심은 심도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있어 신중히 해야 한다.
조 교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가장 혁신적인 약으로 ‘싱그릭스’(대상포진 백신)를 꼽았다. 대상포진 발병뿐 아니라 대상포진에 걸리더라도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싱그릭스의 대상포진 예방 효과는 97%로 기존 백신보다 월등한 효과를 자랑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환자들이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치료 중에는 다양한 약제 복용으로 간·신장이 과도하게 일하는 만큼 성분불명의 농축액은 추가적인 무리를 줄 수 있으니 꼭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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