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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14명이 승선한 139t급 대형 트롤 선박인 제22 서경호가 침몰하면서, 열흘도 안 돼 어선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또다시 발생했다. 기상특보가 발령됐는데도 조업을 하다가 한국인 선장 등 5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지난 1일에는 제주 인근 해상에서 근해채낚기 어선이 갯바위에 좌초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바 있다. 어선 침몰 사고로 어민 사망·실종이 잇따르자 정부가 지난해 예방대책까지 마련했지만, 참사가 되풀이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총 5척으로 선단을 이뤄 항해하던 서경호는 구조 요청 무전 등 별다른 징후 없이 행방불명됐다고 한다. 이런 규모의 선박에는 해경에 조난신호를 발신하는 기능이 탑재된 초단파대무선전화(VHF-DSC) 통신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서경호는 VHF 교신을 통한 조난신호도 보내지 않았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생존 선원들은 “항해 중 거센 파도와 바람 탓에 선체가 전복됐다”고 증언하고 있다. 사고 해역은 실종자 수색에 나선 해경 5t 고속단정이 뒤집힐 만큼 기상 여건이 나빴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망 선원 2명은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해상 표류 중 발견됐다니 안전 불감증이 놀라울 따름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어선 전복과 침몰, 충돌 등으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2023년 78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52%나 늘었다. 2014년 133명이 사망·실종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사망·실종자가 3명 이상 발생한 대형 해양사고도 10건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맞춤형 대응으로 2027년까지 인명피해를 30% 이상 줄이겠다는 ‘어선 안전관리 대책’을 내놨다. 당시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어업인이 안전한 환경에서 마음 놓고 생업에 임할 수 있도록 대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말만 앞세운 ‘발표용’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안전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일차적으로 어민들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하겠지만, 정부도 어민·어선 안전 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지, 구조적 허점은 없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바다에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그래야 서경호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어민 가족들의 눈물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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