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트럼프에 선물 잔뜩 안겨
한국은 각급 대화 채널 늘려 가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미·일 3국 공조 강화 등을 명시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20일 대통령 취임 당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해 향후 북한과의 협상에서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는데 다소나마 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동성명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의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억제 및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며 “역내 평화와 번영을 수호하는 데 있어 한·미·일 3국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2023년 8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주도로 추진된 한·미·일 정상의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계승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며 북·러 간 군사적 밀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상회담에서 미·일은 함께 황금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협력과 대중 견제를 위해 미·일 동맹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이시바는 일본의 대미 투자액 1조달러 확대, 일본제철의 인수가 불허된 US스틸 투자,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 확대, 국방비 대폭 확대 등 여러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미 언론들은 “이시바가 아부의 기술(the Art of Flattery)로 트럼프의 도발을 피했다”고도 평가했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손주들 마음을 사기 위해 ‘황금 사무라이 투구’까지 준비했다. 2016년 당시 트럼프와 아베 신조 총리가 밀월 관계를 유지한 것처럼 일본은 이번에도 정상 간 친분을 쌓고, 이를 토대로 국익을 챙길 참이다.
과거 북·미 간 대화 국면에서 ‘동맹 패싱’을 경험했던 우리로서는 속이 편치 않다. 탄핵 정국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조차 성사되지 못한 게 현실 아닌가. 미·일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대북 정책 방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의 기본 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앉아서 허송세월만 해선 안 될 일이다. 회담 결과를 면밀히 분석, 향후 대미 외교 전략 수립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 우리는 당장 정상회담은 어려운 만큼 여러 수준의 대화 채널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트럼프가 일본에 내민 청구서가 우리와 심각한 차별이 생길 수도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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