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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후반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에 대한 위협이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은 어제 헌재를 겨냥한 폭력 집회를 예고한 온라인 커뮤니티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중에는 헌재 청사 내부 구조를 그린 평면도는 물론 “척살하는 날”, “물리적인 학살뿐” 같은 섬뜩한 글도 있으니 모골이 송연해질 따름이다. 경찰은 헌재 협박범들 수사를 서두르는 한편 지난달 윤 대통령 구속 당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일어난 사태가 반복되지 않게끔 확실한 경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벌써 2개월 가까이 지났다. 법조계에선 오는 13일로 예정된 8차 변론 기일이 끝나면 헌재가 더는 변론을 열지 않고 재판관 평의와 결정문 작성, 그리고 선고 기일 지정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자 윤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13일을 이른바 ‘퍼지(purge: 제거·숙청) 데이’라고 부르며 당일 헌재 청사 앞에 집결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무력시위로 헌재 결정을 막거나 뒤바꿀 수 있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기가 찰 노릇이다.
헌재 공격 시도의 배후에는 국민 분열을 노리고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권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에선 헌재 탄핵심판을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고 폄훼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재판관들에게 탄핵 기각과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극우’ 세력과의 연결 고리를 끊을 것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 중 극우 세력이 일부 포함된 것은 사실이겠으나, 그렇다고 탄핵 반대론자 전부를 극우로 몰아가는 것은 국민 편가르기이자 갈라치기 아니겠는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헌재를 신뢰한다”고 말한 응답자가 전체 조사 대상의 절반이 조금 넘는 52%에 그쳤다. 여야는 헌재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다수 국민이 불복하는 경우 지금보다 훨씬 더 커다란 국가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닫고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헌재 역시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심판한다고 의심을 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 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를 둘러싼 권한쟁의심판 사건 결정을 무리하게 서두르다가 선고 2시간 전에야 취소한 것과 같은 성급함을 다시는 내보여선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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