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넘어갈까’ 기싸움 벌이는 듯
하루 빚만 885억원, 속히 결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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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국민연금의 단계적 개혁에 뜻을 같이하면서 모처럼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가 싶더니 또다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그제 연금개혁 등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다룰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 협의에 나섰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30년 후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난다는 전망에 가뜩이나 청년층을 중심으로 ‘국민연금 폐지론’이 비등한데, 정치권이 불안을 잠재우지는 못할망정 조장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무엇보다 야당이 요구한 ‘선(先) 모수개혁, 후(後) 구조개혁’ 방식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한다면서도 선결 조건을 내민 여당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내는 돈) 13%로 인상, 소득대체율(받는 돈) 44%로 상향’ 모수개혁 조정안을 두고 막판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책임도 여권에 있지 않은가. 여당은 기초·퇴직연금과 연계한 구조개혁, 운용 수익률 개혁을 논의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여야 동수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부터 구성하자고 한다. 매일 885억원씩 쌓이는 국민연금 부채를 고려하면 이렇게 고집 피울 계제가 아니다. 국민 특히 청년 눈높이로 보면 정책 주도권을 야당에 넘기지 않으려고 기싸움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들 것이다.
모수개혁조차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극적 합의 후 요원했을 정도로 쉬운 게 아니다. 당시에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보험료율 인상은 물거품이 된 채 소득대체율만 평균 소득의 60%에서 40%로 낮출 수 있었다. 보험료율 인상은 1998년 김대중정부 당시 3%에서 9%로 올린 것이 마지막이었다.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18년 만에 호기를 맞은 연금개혁을 미적대다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이를 뒷감당해야 하는 후세대에 가혹한 부담을 떠넘기는 셈이 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그제 국무회의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연금개혁”이라며 “국회에서 하루속히 합의안을 도출해주기 바란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하지 않았는가.
윤석열정부는 줄곧 연금·의료·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을 완수해 “재도약을 이루고 자유와 번영의 길을 열겠다”고 약속해왔으나 구체적인 성과는 전혀 내지 못했다. 이젠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추진 동력마저 잃은 형국이다. 여당이 전향적 결단을 통해 급한 불부터 끄고,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구조개혁 제도화까지 제대로 하면 윤 정부의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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