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혈액 몇 방울만으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진단기술을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 조윤경 교수(바이오메디컬공학) 연구팀은 극미량의 혈장(혈액에서 혈구가 가라앉은 누런 액체)으로 암 돌연변이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 ‘EV-CLIP’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EV-CLIP’ 진단기술은 혈액 속 나노소포체(EV)와 분자비콘을 담은 인공 리포솜(CLIP)을 머리카락보다 가는 관 안에서 융합시켜 암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암세포에서 흘러나온 나노소포체에는 mRNA, miRNA와 같은 유전변이 정보물질이 담겨 있는데, 분자비콘이 이 정보물질과 만나면 형광 신호를 낸다. 이를 이용하면 핏방울 4∼5개의 양인 20마이크로리터(㎕)의 혈장만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다.
연구팀이 82명의 환자 혈액을 분석하는 임상실험에서는 이 진단기술이 폐암 치료에 중요한 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100%의 정확도로 찾아냈다. 해당 기술은 바이오벤처 기업에 이전돼 병원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진단 키트 형태로 개발될 예정이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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