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연구 종합하면 하루 2~4잔이 ‘적정량’…주의해야 할 이들은?
직장인 김모(45)씨는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출근 준비를 하면서 자동 드립 커피 머신에서 흘러나오는 향긋한 커피 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커피가 준비되면 머그잔을 들고 창가에 서서 한 모금 마신다.
그는 하루에 커피를 평균 한잔 정도 마신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커피는 그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와 함께 각성 효과를 선사한다. 김씨는 “커피 한 잔이 없었다면, 아침부터 이렇게 효율적으로 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1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커피 섭취량은 1인당 평균 405잔으로, 하루 1.1잔 꼴이다.
커피를 마시면 가장 먼저 경험하는 효과는 각성이다. 미국 코넬 대학교 분자 영양학 교수인 샌더 커스텐 박사는 “커피의 주요 활성 성분은 카페인으로, 이는 각성 효과를 유발한다”고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카페인은 반응 시간을 단축하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며, 지구력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를 섭취한 후 30분 이내에 각성 효과가 나타나며, 최대 2시간까지 지속된다. 많은 사람이 커피를 찾게 되는 이유다.
커피에는 카페인을 포함해 수백 가지의 생리활성 화합물이 들어 있다. 이러한 성분 덕분에 커피가 여러 건강상 이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2023년 9월 국제 학술지 ‘임상 내분비학 & 대사 저널’(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하루 세 잔의 커피(200~300㎎의 카페인)를 섭취한 영국 성인 18만명은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과 같은 심장대사 질환 발병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월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아침 시간대의 커피 섭취가 심혈관 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효과는 오전 중에 커피를 마실 때만 관찰됐다.
커피가 건강을 개선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가설이 있다.

커피에 포함된 항산화, 항염 성분이 암과 같은 주요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커피 속 화합물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혈당 조절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일부 성분은 콜레스테롤 대사를 개선하여 혈중 지질 문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커피는 얼마나 마시는 것이 적당할까. 웰빙 전문가이자 조지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겸임 교수인 리나 웬 박사는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하루 2~4잔이 적정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쑤저우 대학교의 연구에서도 하루 세 잔의 커피를 마신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48%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2~3잔의 커피를 섭취한 사람들이 조기 사망률 감소 효과를 가장 크게 보였다. 분쇄 커피가 조기 사망 위험을 27% 낮추는 효과를 보였으며, 인스턴트커피(11%)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적었다.
지나침은 부족함과 같다는 말처럼 커피도 적정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리나 웬 박사는 “커피 과다 섭취의 주요 위험 요소는 카페인”이라며 “심계항진, 불안, 초조함, 수면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성인 기준 하루 400㎎ 이하의 카페인 섭취를 안전한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약 커피 4잔(8온스·약 236㎖ 기준)에 해당한다.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의 톨(Tall) 사이즈(약 354㎖)로 계산하면 하루 2.8잔 정도까지가 적정량이다.
전문가들은 “커피는 적정량을 섭취할 경우 심혈관 질환, 당뇨병, 일부 암·치매 등의 질병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개인별 카페인 민감도를 고려해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루 2~4잔이 권장되며 청소년, 임산부,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건강한 커피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커피 주의해야 하는 사람들
△청소년 = 미국 소아과학회는 12세 미만 어린이의 카페인 섭취를 금지하고 있다. 12~18세 청소년은 하루 100㎎ 이하의 카페인을 권장한다. 에너지음료, 탄산음료 등에도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어 청소년들은 커피 섭취시 주의가 필요하다.
△임산부 = 미국 산부인과 학회는 임산부의 하루 카페인 섭취량을 200㎎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장한다. 이는 유산, 조산 위험과의 연관성을 고려한 권고사항이다.
△기저질환 = 기저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 갑상선 질환이 있는 사람, 특정 항우울제 등 카페인에 민감한 약물을 복용중인 사람은 카페인 섭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불면증 =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은 오전 중으로 커피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