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의 그늘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정부가 두 달 연속 경기에 대해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고 진단한 가운데 이번 달 평가에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 지연”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들어갔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발 관세전쟁도 빠르게 현실화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재부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 지연”
기획재정부는 14일 발표한 ‘2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1월 평가 때 ‘고용둔화’를 경기 하방요인으로 추가한 데 이어 이달에는 ‘내수 회복 지연’이라는 문구가 새롭게 들어갔다. 또 전반적인 경기 전망과 관련해 지난해 12월만 해도 ‘하방 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지만 정부는 1월에 이어 2월에도 ‘하방 압력 증가’란 표현을 유지했다. 기재부는 대외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기재부는 “글로벌 경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 관세부과 현실화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중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연말부터 이어진 국내 정치 상황이 소비 심리 악화에 주된 영향을 미쳤다”며 “대외적으로도 미국 신정부의 관세 조치가 현실화하는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경기 진단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의 평가대로 주요 경제 지표는 부정적이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1월 소매판매 속보치의 경우 카드 국내승인액 증가율이 1.7%에 그쳐 지난해 12월(5.4%) 대비 3.7%포인트 낮아졌고, 국산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12월 6.7%에서 1월에는 10.5% 감소로 돌아섰다. 기재부는 “1월 소매판매의 경우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 증가는 긍정적 요인, 카드 승인액 증가율 둔화 및 소비자 심리 약세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고용시장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1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5000명 늘었다. 12월에 5만2000명 감소한 이후 두 달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하지만 직접일자리 사업 재개 등의 영향이 컸다는 점에서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여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실제 건설업은 취업자 수가 16만9000명 줄었고, 제조업에서도 5만6000명 감소에 부진이 지속됐다. 또 청년층 고용률도 44.8%에 그쳐 1.5%포인트 하락했다. 조성중 과장은 “취업자 수 자체는 증가했지만, 청년이나 건설업, 일용직, 소상공인 등 취약 부분을 중심으로 고용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도 오름세다. 1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상승 폭 확대 등으로 작년보다 2.2% 상승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1%대를 기록했지만 석유류 가격이 들썩이면서 2%대로 올라섰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12월 2.6%에서 1월 1.9%로 상승폭이 축소됐지만 개인서비스 물가는 여행비 등 외식제외 서비스 상승으로 상승폭이 지난해 12월 2.9%에서 지난달 3.2%로 확대됐다.

◆최상목 “1분기 직접일자리 120만개 이상 창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신속 채용으로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직접일자리를 1분기까지 역대 최대 수준인 120만개 이상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경총회관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정부는 민생경제 반전의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과 힘을 합쳐 좋은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이어 “1분기 중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7조원, 공공기관 투자 17조원을 신속집행해 건설경기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달 안으로 늘봄학교 전담인력 2800명을 조기 채용하고, 관제사·정비사등 항공안전 관련 인력도 연내 5백명 채용하는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필수서비스 인력도 차질 없이 확충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건설업 일자리 지원방안’ 중 긴급 생계비 대부 지원 등 주요 지원사항은 확대·연장하고, 건설근로자 재취업 지원 등 고용개선을 위한 추가 과제도 발굴해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아울러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올해 상반기 중에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100만명 이상의 청년이 정보제공에 동의한 청년고용올케어플랫폼을 내달 가동해 졸업 후 취업 애로를 겪는 청년들에게 4개월 이내에 1:1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내달 ‘대한민국 채용박람회’를 통해 기업과 청년의 성장을 동시에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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