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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위스키, 나도 창업할 수 있을까?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5-02-22 19:00:00 수정 : 2025-02-19 20: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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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주류 업계에는 새로운 소식이 하나 도착한다. 소규모 주류제조면허에 위스키 및 소주 제조가 허용된 것이다.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란 하우스 맥주, 하우스 막걸리와 같은 개념으로 원래는 식당에서 막걸리 및 맥주를 빚어서 고객에게 판매하기 위한 규정 중 하나였다. 이후 관련 법률이 개정되어 식당을 하지 않더라도 운영할 수 있었고, 외부 유통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까지는 막걸리, 맥주, 약청주 등의 발효주 중심이었으나, 소주 및 위스키까지 제조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규제 완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은 2008년 소규모 증류주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진(gin)은 물론 수제 위스키가 발달할 계기를 만들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그랜드 뷰어리서치는 2023년 크래프트 증류주 시장이 약 11억달러에 이르렀다고 보고했으며, 2030년까지는 4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의 위스키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 결과적으로 위스키, 보드카, 진, 럼 등 증류주의 다양성을 이끌어 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위스키 숙성 중인 오크통. 스코틀랜드는 최소 3년 이상 숙성해야 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미국은 소규모 증류주 제조업체에 낮은 세율을 도입, 산업 진흥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특히 연간 생산량 10만프루프갤런(약 378.5㎘)까지는 1프루프갤런(3.785ℓ)당 2.7달러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이러한 규제 완화 이후 각국의 위스키 및 증류주 수출액은 크게 늘어난다. 스카치위스키의 경우 2010년 35억파운드(약 6조원)였던 수출액이 2023년 56억파운드(약 10조원)로 상승했으며, 미국의 위스키 역시 2015년 9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서 2023년 14억달러(약 2조1000억원)로 성장했다.

소규모 주류제조자가 성장해서 이러한 수출 실적을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수제 위스키, 수제 증류주라는 이름으로 이슈화되고, 이러한 것을 통해 전 세계 증류주 시장 전체가 성장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특히 위스키는 아주 오랜 시간을 바라보고 사업해야 하는 만큼 리스크가 매우 크다. 긴 숙성의 시간을 가지는 만큼 자금회전이 안 되는 것이다. 즉 매출이 일어나는 데 긴 세월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일본의 대표 위스키 기업인 산토리 주식회사의 경우 일부러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았다. 위스키 사업은 긴 숙성을 통해 10년 후에나 결과가 나오는데 단기 실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업이 지극히 어려운 종목이다. 또 이번 규제 완화에는 진, 보드카, 럼 등은 빠졌다. 소주 등의 제조는 가능하지만 소주 역시 차별화를 위해 숙성과정을 거치는 것이 대세다.

이번 규제 완화로 한국의 증류주 시장은 성장에 큰 화두를 가져다줄 것으로 본다. 원재료가 되는 국산 농산물 수요가 높아질 것이고, 수제의 가치를 통해 고급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나의 성공과는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시장은 커져도 나는 작아질 수 있는 것이 창업이기 때문이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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