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해진 외관 예전과 또 다른 느낌
여전한 특유 곱창집 냄새 입맛 돌아
지글지글 익어가는 노릇한 곱창구이
쫄깃함·고소한 풍미에 게눈 감추 듯
대파·깻잎 한가득 올라간 곱창전골
칼칼하고 그윽한 국물 추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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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향이 나던 곱창전골
서울에서 홍성 가는 길이 새로 뚫렸다. 10년여 전 토요일 오후 아는 형님 가게에 방문하기 위해 들렀던 홍성의 교통 체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서울을 벗어나는 초입부터 서산까지 끊임없이 길이 막혔는데 아마 4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차도 막히고 가는 길이 힘들었던 홍성을 종종 찾았던 이유가 있다. 바로 끝내주는 곱창구이와 곱창전골 전문 음식점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칼럼에서 소개한 은하곱창의 전골보다도 먼저 접한 홍성의 ‘초원곱창’은 내 곱창전골 맛의 기준이 되는 곳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따뜻함이 다가오는 봄날이었다. 넓은 평야가 있는 충남 특유의 맑음의 빛 번짐이 유독 심한 날이었는데 약속 시간보다 일찍 기차역에 도착해 홍성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만큼 새로운 길을 걷는 것이 설레던 시절, 홍주성을 바라보며 먹던 커피 맛은 꽤 인상적이었다.
예전 초원곱창의 전골에서는 향긋한 냉이 맛이 가득했다. 냉이가 주는 봄날의 축복 같은 그 향은 곱창 특유의 향과 함께 어우러져 더 깊은 맛을 냈는데 그 첫 홍성과 첫 곱창전골은 함께한 이와 함께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 후로 몇 번 더 찾아가다 한참을 잊고 살았는데 사는 게 바빴을 수도 있고 또 너무 멀어서일 수도 있다. 그리움에 무슨 핑계를 댈 수 있을까. 매년 겨울바람이 지고 아지랑이가 필 때면 초원곱창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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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곱창
수업이 끝나고 늦은 점심 음식점을 찾았다. 초원곱창은 최근에 새로운 곳에 터를 잡았는데 건물 바로 옆에 공영주차장이 있어 편리해졌다. 수업을 하는 청운대학교와 가깝다는 걸 전해 들었지만 차로 5분 거리라 내심 더 반가웠다.
주차하고 초원곱창으로 걸어가는 그 1분여의 발걸음이 큰 기대감에 가벼워진 듯하다. 깔끔해진 외관에서 예전의 푸근한 모습을 찾아볼 순 없었지만 가게를 들어서면 나는 그 특유의 곱창집 냄새가 오래된 기억을 되살려 들뜨는 마음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 가게는 기존 좌식 테이블에서 시대에 맞게 입식 테이블로 바뀌었다. 늦은 점심시간,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한 홀의 테이블들이 눈에 띄었다. 맛집은 시간이 지나도, 장소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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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아 곱창구이를 주문했다. 2인분씩 주문할 수 있는 곱창구이는 1인분 250g, 1만1000원으로 가격이 합리적이다. 반찬으로 깍두기, 장아찌, 동치미, 하얀 콩나물 무침이 나왔다. 다소 기름질 수도 있는 곱창구이와 잘 어울리는 반찬들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곱창과 막창이 적절히 섞여 있는 곱창구이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초벌을 하지 않는다. 가게에 풍기는 이 진득한 향기는 그 생곱창을 직접 구우며 나오는 풍미다. 곱창이 익어가며 노릇하게 색이 변하는 걸 보는 그 시간은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이다.
한입에 먹기에는 조금 크기에 가위로 반으로 자르는 걸 추천한다. 쫄깃한 곱창을 씹다 보면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가 올라온다. 곁들인 초고추장은 그나마 있던 작은 느끼함마저 잡아준다. 전골에는 당면이 들어가 있기에 구이와 전골을 같이 주문해 먹다가는 딱 좋은 익힘과 식감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곱창전골에는 대파와 깻잎이 가득했다. 칼칼하면서도 그윽한 전골의 국물 맛은 밥에 버무려 먹기에 아주 좋다. 옛날 먹던 초원곱창의 전골은 냉이 맛이 가득했다. 계절 때문인지, 아니면 냉이의 수급 때문인지 바뀐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전골 맛에서도 그때의 추억은 조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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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골의 대파와 곱창을 건져 먹고 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볶음밥이다. 이 녹진하게 졸아버린 국물에 밥을 볶지 않는다는 건 ‘범죄’나 다름없다. 콩나물과 야채들을 더한 볶음밥은 가히 한식 로컬 코스의 대미라고 할 수 있다. 서양에 식전 빵이 있다면 고기나 전골을 먹고 난 뒤 밥을 볶는 건 우리만의 문화인 ‘식후 밥’이다. 볶음밥은 곱창이 녹아든 국물의 풍미와 부드러운 야채들의 아삭거리는 식감까지 더해 그 맛이 참 뛰어나다. 자글거리는 곱창구이와 전골을 먹고 왔음에도 속은 편안한 기분까지 든다. 초원곱창은 가뿐하게 나올 수가 없는 곳이다. 충분히 과식하고자 마음먹고 들어가야 더 즐겁게 곱창을 즐길 수 있다.
◆구이 조리법
구이는 인류가 처음 요리라는 걸 시작 했을 때 사용한 조리법 중 하나다. 처음엔 모닥불에 가열된 돌멩이 위에서 구이를 했을 것이고 점차 발전해 지금의 형태가 됐다. 구이 조리법은 간단하다. 잘 가열된 팬에 기름으로 코팅한 뒤 재료들의 표면적을 빠르게 익히는 방식이다. 주로 얇게 손질한 육류에 어울리는 조리법이다. 또 프라이팬의 온도를 더 올려 큰 스테이크의 표면적에 강하게 색을 내주고 오븐에 넣어 내부를 익히는 방식도 있다. 이렇게 조리하면 스테이크 표면의 마야르 반응을 통해 풍미를 더할 수 있고, 오븐 조리로 육즙이 빠져나가는 것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구이 요리는 다양하며 주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소, 돼지고기, 생선구이, 조개구이는 본연의 맛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에 소금간과 간단히 후추 정도만 뿌려도 좋다. 구이 조리법은 단순하지만 양념이 들어가면 잘 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팬에 굽는 방식도 있지만 그릴이나 숯에 굽는 방식은 재료의 풍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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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소스의 닭가슴살 구이 만들기
<재료>
닭가슴살 1개, 식용유 50㎖, 버터 50g, 화이트와인 100㎖, 생크림 50㎖, 다진 양파 30g, 다진 마늘 30g, 소금 약간, 후추 약간.
<조리법>
① 닭가슴살에 소금간을 골고루 해준다.② 팬에 식용유를 넣고 닭가슴살 껍질 쪽부터 천천히 구워준다.③ 닭가슴살 색이 나면 뒤집고 다진 양파와 마늘을 넣어준다. ④ 화이트와인을 넣고 끓여 닭가슴살을 다 익혀준다. ⑤ 닭가슴살 내부 온도가 60도로 올라오면 닭가슴살을 꺼내 뒤 와인에 졸여준다.⑥ 팬에 크림을 넣고 소금과 후추 간을 해 소스를 만들어 준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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