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오후 9시가 가까운 시간 20대 A씨는 포항KTX역에서 대학교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움직이기 시작한 택시는 자동차전용도로에 들어섰고 시속 100㎞ 넘게 속도를 내며 달렸다. 평소 알던 길과도 달랐다.
겁이 난 A씨는 택시운전기사 B씨에게 ‘이쪽 길 맞죠? 네? 기사님?’, ‘아저씨, 저 내려주시면 안 돼요?’라고 질문했다.
알고 보니 B씨는 A씨가 말한 목적지도 잘못 알아들었다. 또 운행 중 A씨의 질문을 듣지 못했다. 청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A씨는 기사가 자신의 말을 무시하자 납치를 당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택시 문을 열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비극적이게도 뒤따라오던 차량 운전자 C씨가 A씨를 발견하고 급제동했지만 멈추지 못하고 A씨를 들이받았다. A씨는 크게 다쳤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이 사건은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이 올라오며 주목을 받았다.
경찰은 택시기사 B씨와 운전자 C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송치했다.
검찰도 B씨가 청력 관리를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며 기소했다. C씨에 대해서는 전방 주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대법원까지 올라간 B, C씨에 대한 처벌은 무죄로 결론 났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8일 B씨와 C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1심과 2심도 B, C씨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1심은 B씨가 KTX 포항역에서 해당 대학교 기숙사로 가는 통상적인 길로 택시를 운행했고, 여대생이 겁을 먹고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리는 일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C씨도 앞 차량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일을 예상하기 어렵고, 당시 야간에다 주위에 가로등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대생을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청력 저하에도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치료를 받지 않아 결과적으로 A씨의 불안감을 가중시킨 점 등은 인정했다. 그러나 여대생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상황이 아니었고, 일반적으로는 승객이 경찰에 신고해 위험을 해소하려고 하지 뛰어내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고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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