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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지도’로 코스 익히고 가이드와 안전하게…시각장애인들의 ‘설산’ 트레킹

입력 : 2025-02-19 06:00:00 수정 : 2025-02-19 06: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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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지난 7일 계방산 트레킹
시각장애인 15명 등 38명 참가…총 7.36㎞에 4시간50분 소요
로프 등 안전장비 준비도 철저…출발 전 ‘촉지도’로 코스 숙지
2022년 12월 시작해 해마다 4~5회 진행…이번에 11회 맞아
지난 7일 강원 홍천군 계방산 설산 트레킹에 참가한 서울 관악구 소재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가이드 자원봉사자와 시각장애인(사진 가운데)이 함께 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들의 가방은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카라비너(Karabiner)’가 장착된 로프로 이어져 있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제공

 

전체 이동 경로를 손 끝으로 파악할 수 있게 점자를 넣고, 시각장애인이 체력적으로 미리 준비할 수 있게 ‘어려운 구간’을 알리는 별도 설명을 더했다.

 

지난 7일 강원 홍천군 계방산 설산 트레킹에 앞서 서울 관악구 소재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 제작한 ‘촉지도’에는 시각장애인 참가자들이 코스를 머릿속에 미리 그려볼 수 있도록 다양한 점자 설명이 새겨졌다.

 

안전한 산행을 위한 아이젠 착용 등 물리적 준비에 더해 시각장애인의 능동적인 트레킹을 돕는 복지관의 따뜻한 배려로 보였다.

 

이날 ‘트레킹, 명소를 거닐다’라는 이름의 복지관 주최 트레킹 행사에는 시각장애인 15명과 가이드 자원봉사자 등을 포함해 총 38명이 참가했다.

 

안전한 트레킹을 위해 복지관 측은 ‘카라비너(Karabiner)’가 장착된 로프로 시각장애인의 가방과 가이드의 가방을 이었다. 가이드가 앞에 서고 그 뒤에서 시각장애인이 발을 내딛는 식이다.

 

암벽등반에 쓰이는 도구 중 하나인 ‘카라비너’는 강철로 만든 둥근 테의 형태에 스프링이 달렸다.

 

가이드와 시각장애인을 연결하는 로프는 총 3단계로 매듭지어 트레킹 구간 상황에 따라 그 길이를 조절했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구간에서는 시각장애인의 보행 안전성을 높이고자 로프 길이를 줄여 가이드와의 간격을 좁히고, 평탄한 구간에서는 걸음이 원활하도록 길이를 늘이는 식으로 끊임없이 소통했다.

 

시각장애인의 겨울철 트레킹에서 중요한 안전 장비인 만큼 복지관 측이 신경 쓴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난 7일 강원 홍천군 계방산 설산 트레킹을 앞두고 시각장애인 참가자들이 미리 코스를 파악할 수 있게 서울 관악구 소재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 제작한 ‘촉지도’.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제공

 

계방산 트레킹은 운두령에서 전망대까지를 왕복하는 코스로 총 7.36㎞에 4시간50분이 소요됐다.

 

오대산 국립공원에 속한 계방산은 대한민국에서 5번째 높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 눈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곳으로 유명하고 겨울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전망대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이 거세진 가운데서도 서로 격려하며 등산했고, 가이드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설경을 상상할 수 있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등 여러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다각도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다 보니 행사에 참가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참가자들은 복지관을 통해 “겨울 산행의 매력을 경험하고, 자연과 교감하며 건강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었다”며 “춥고 어려운 상황에서 협력하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안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각각 시각장애인 8명과 7명이 나선 2023년 3월 경기 남한산성 트레킹 행사와 지난해 경기 안산 구봉도 트레킹을 제외하면, 해마다 시각장애인과 가이드 등을 포함해 적게는 약 30명에서 많게는 4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1회 행사가 열린 2022년 12월 강원 인제군 자작나무숲 트레킹에는 총 7㎞ 코스를 걷는 데 시각장애인 15명과 가이드 등을 포함해 총 32명이 함께했고, 지난해 2월 인천 강화 나들길 트레킹에도 시각장애인 13명과 가이드 등 총 30명이 나섰다.

 

2023년 6월에는 경기 광주 화담숲, 지난해 6월에는 팔당호반둘레길에도 다녀온 터라 겨울철에만 트레킹 행사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복지관 측은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데서 시각장애인들의 꾸준한 트레킹 참석 배경을 찾는다.

 

복지관 관계자는 19일 세계일보에 “자연에서 느끼는 바람, 발아래의 촉감 그리고 가이드가 묘사하는 풍경으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사람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타인과의 연대를 느낄 수 있어 사회적 고립감도 해소할 수 있다”고 트레킹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트레킹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계속 운영할 것”이라며 “올 상반기에는 4월 중 당일 행사가 예정됐고, 10~11월에는 1박2일 형식 트레킹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관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여가 활동 증진을 위해 트레킹 프로그램 외에도 야구동호회 등 다양한 활동을 운영·기획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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