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국내 고용 악영향 우려
협상 통해 한·미 윈윈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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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발 관세 전쟁에 총력전을 선언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미국발 통상 전쟁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별 명암이 엇갈릴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통상 총력전”이라고 했다. 통상협의차 미국을 방문 중인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도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오늘 미국으로 떠나고 다음 달 한국경제인협회가, 5월에는 한국무역협회가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민관이 함께 대미 협상 채널을 가동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도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을 내놨다. 대책은 무역금융 366조원을 공급하고 관세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수출바우처(수요맞춤형 서비스 이용)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게 핵심이다. 관세 피해로 해외사업을 접고 국내로 복귀하는 유턴 기업에 법인세 등 세 감면과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런 정도로 관세 폭탄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현지화 말고는 답이 없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이 미국 내 생산을 늘리거나 현지공장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현지화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마냥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2021년 이후 3년간 미국에서 한국의 직접투자로 생겨난 일자리가 연평균 2만6602개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에서 신규창출한 일자리 4716명보다 5배 이상 많다. 무분별한 대미 투자 탓에 국내 고용시장은 쑥대밭이 되고 수출 급감 여파로 다시 일자리가 사라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 독일에서는 트럼프 쇼크로 최대 30만개의 일자리가 증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관·정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월 초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게 발등의 불이다. 정부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와 고용창출 효과를 알려 관세 대상에서 우리 기업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양국이 조선·방산·원전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윈윈 방안’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미 무역흑자 축소 차원에서 미국의 에너지·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고 수출시장 다변화도 서둘러야 한다. 트럼프가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선호하는 만큼 정상외교가 성사될 수 있도록 외교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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