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尹 지지자들 헌재소장 집 찾아가 겁박, 법치 파괴다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25-02-18 23:13:21 수정 : 2025-02-18 23:13:20

인쇄 메일 url 공유 - +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헌법재판관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 30여명은 이틀째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사는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문 대행 사퇴’ ‘편파 탄핵심판 중단’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채 구호를 외쳤고,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 하루 두 차례 집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다른 헌법재판관 7명의 집도 찾아내 시위를 벌이겠다고 하니 우려스럽다. 헌법재판관들을 겁박해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재판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법치 파괴 행위다.

일부 시위대는 불법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은 문 대행의 고교동창 카페 음란물 유포 논란을 거론하며 “음란·야동 판사”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이미 가짜뉴스·조작사진으로 결론이 나 국민의힘 대변인이 사과까지 했는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으니 개탄스럽다. 심지어 “동네 평판을 떨어뜨리고 문 권한대행을 망신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니 어이가 없다. 헌법재판관의 사적 영역까지 침범해 물리적인 위협을 가하는 건 문명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대한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헌법재판관들을 이렇게까지 흔들어도 되나. 경찰은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인 법 집행에 나서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당이 헌재에 대한 과도한 흔들기를 이어가는 건 위험한 일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을 문제 삼거나 “법치가 아닌 인치”라며 공격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도 문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제도권 정당과 의원들의 헌재에 대한 공격은 자칫 극단 세력들의 헌재에 대한 반감과 위협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삼가야 하지 않겠나.

물론 헌재도 스스로 권위와 신뢰를 깎아내린 부분은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늑장 탄핵심판과 윤 대통령의 방어권 제약 등 절차적 흠결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탄핵심판 속도에만 너무 집착해선 안 된다. 탄핵심판 뒤 국론 분열과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승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권이 탄핵심판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삼가고 차분하게 재판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헌재는 한 치 흔들림도 없는 공정한 심리를 거쳐 오로지 법리에 따른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홍화연 '깜찍한 손하트'
  • 홍화연 '깜찍한 손하트'
  • 김민주 '신비한 매력'
  • 진기주 '해맑은 미소'
  • 노정의 '시크한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