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은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날을 세운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대권에 도전하느냐”라는 질문에 김 장관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보수 정치인이냐, 극우 정치인이냐”라는 물음에는 “나는 자유민주 정치인”이라는 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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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김 장관을 두고 “‘청년 노동운동가’ 김문수로서 약자를 보면서 피와 땀, 눈물을 많이 흘려봤고 약자들의 아픈 마음에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상찬에 나섰다.
이날 대정부질문은 김 장관의 현재 위상을 방증한다. 한때 중앙 정치 무대와 멀어진 듯했던 김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여권 잠룡 중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간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다른 여권 후보군과 달리, 김 장관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 외에는 대선 행보로 해석될 만한 일정도 없다. 그럼에도 여의도 안팎에서는 김 장관의 출마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말들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김 장관은 2011년 4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은 본인의 뜻으로 나간다, 안 나간다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심과 시대정신, 역사의 부름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때가 되면 나가고 싶지 않아도 나가야 하고, 때가 오지 않으면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것이 대선”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로부터 1년 뒤 김 장관은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선에서 패하며 쓴잔을 마셨다. 김 장관의 ‘때’는 이번일까. 김 장관을 S.W.O.T 기법으로 집중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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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NGTH: 선명성과 검증된 행정 능력
김 장관의 강점은 선명성이다. 보수층에서는 김 장관을 ‘반(反) 윤석열’ 진영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로 바라본다. 김 장관이 보수층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계기로는 지난해 12월11일 국회 긴급 현안질문이 꼽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며 ‘기립 사과’를 요구했다. 국회에 출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부분의 국무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혔지만, 김 장관만이 이를 거부했다.
여전히 김 장관은 윤 대통령 엄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을 헌법재판관 2명을 국무위원들과의 협의 없이 임명한 데 가장 먼저 반발한 이도 김 장관이었다. 윤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는 “현직 대통령인 만큼 기본적인 예우는 갖춰야 하는데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며 “민심이 뒤집어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지사를 연임하는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줬다는 점도 김 장관을 지지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출퇴근 혁명’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김 장관이 경기지사로 재임하던 2008년 4월 국토해양부에 건설을 건의한 것이다. 서울과 인천 사이에만 적용됐던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도에 경기도가 편입된 것 또한 김 장관의 재임 중이었다.
때로는 ‘설화’를 일으킬 정도로 강경한 언사를 자주 내놓지만 실제 행정 운영에서는 유연성을 보여주는 것도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2010년 경기도지사 시절 김 장관은 당시 보수와 진보 진영간 이슈 중 하나인 ‘무상급식’과 관련, ‘친환경 급식’이라는 형태로 예산을 우회 처리한 바 있다. 진보의제인 ‘무상급식’을 사실상 수용하면서도 ‘친환경 급식’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보수진영의 불만을 관리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취임 후부터 임금체불 청산 문제를 주요 의제 삼아 관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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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의 부인 설난영씨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남편에 대해 “청렴한 사람, 깨끗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청렴’은 김 장관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 10억4000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윤석열정부 국무위원의 지난해 평균 신고 재산 37억여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김 장관은 2010년 펴낸 저서 ‘어디로 모실까요’에서 “17대 총선을 앞두고 내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할 때는 우리 아파트 20채 값이나 되는 돈을 들고 찾아왔지만 쫓아 보냈다”며 “나는 내 이름에 오점을 남기면서 더럽게 죽기는 싫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경선이 시작되면 김 장관의 낮은 재산이 화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WEAKNESS: 낮은 확장성과 긴 정치적 공백
강점만큼이나 약점도 분명하다.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이 판가름한다. 김 장관은 현재 거론되는 여당 후보군의 이념 스펙트럼에서 오른쪽에 있다. 김 장관의 ‘강성 보수’ 이미지로는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 장관은 진정성과 일관성이 좋다. 도지사도, 장관도 했으니 커리어도 좋다“고 평가하면서도 "중도로의 확장성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성 노동운동가로 출발해 강경 보수로 이동한 그의 이념 경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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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김 장관 지지층은 보수 성향이 대부분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이달 13~14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김 장관 지지도는 18.1%로 나타났다. 이념 성향별로 나눴을 때 보수층에서는 35.5%로 전체 응답자보다 지지도가 높지만 중도층에선 12.1%, 진보층에선 6.1%에 불과했다.
정치적 공백이 길었다는 점은 뼈아프다. 김 장관은 2016년 20대 총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잇따라 낙선한 뒤 출마한 적이 없다. 자유한국당 탈당 이후 자유통일당, 기독자유통일당 등을 거치며 ‘아스팔트 우파’로서의 활동에 매진했다. 현재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끄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도 이때를 기점으로 부쩍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다.
김 장관은 현재 당적이 없다. 국민의힘 내 지지 기반은 사실상 전무하다. 김 장관의 한 측근은 “아직까지 여당 현역 의원 중 김 장관 쪽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김 장관의 지지도는 거품”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직설적인 성격 탓에 겪은 숱한 설화가 그의 발목을 다시 잡을 수도 있다. 김 지사는 오래된 노동운동과 ‘거리 연설’ 습관으로 직설적 화법을 애용한다. 2019년 한 국회 토론회에서 김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김무성 의원의 면전에다 “당신은 천 년 이상 박 대통령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같은 토론회에서 김 장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다스 가지고 구속시키냐.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총살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준비된 원고 없이 연설하는 ‘즉흥성’에는 탁월하지만 정치인의 설화는 이러한 즉흥성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기지사 재임 시절 ‘관등성명’ 논란이 대표적이다. 아스팔트 우파 활동 당시 ‘막말’이 본격적인 선거 과정에서 재조명될 경우 유권자들에게 비호감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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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RTUNITY: 보수층에서의 높은 지지도
여권 주자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김 장관의 가장 큰 힘은 지지도다. 올해 들어 실시된 대다수의 여론조사에서 김 장관은 여권 주자 선두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세계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김 장관은 11%로 이 대표(3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이달 10~12일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이 대표가 32%, 김 장관이 13%, 오세훈 서울시장 8%, 홍준표 대구시장 5%,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4% 순으로 나타났다.
김 장관의 지지도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있지만, 반론도 있다. 지지율이 지지율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경선 시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김 장관 대세론이 형성될 수 있다.
◆THREAT: 尹 탄핵심판 인용 가능성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탄핵소추 인용 여부는 김 장관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이 부정된다. 윤 대통령 지지층의 와해도 불가피하다. 김 장관의 지지율이 탄핵 반대파의 정치적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면, 탄핵 인용 이후에도 김 장관의 인기가 여전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김 장관이 강성 보수층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상반된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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