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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때부터 시작된 채식과 소식으로 만성 영양실조에 걸린 딸을 돌보지 않은 호주의 40대 부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5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호주 퍼스 지방법원은 딸의 영양실조를 방치해 아동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징역 6년 6개월을, 그의 아내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딸을 사랑했으나 신체적·정서적으로 딸의 발달을 도와야 하는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은 영양실조에 걸린 발레리나에 관한 사건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이들 부부의 아동 학대는 17세 딸 케이트(가명)가 영양실조로 입원했을 때 알려졌다. 입원 당시 케이트의 키는 147.5cm였고, 몸무게는 27.3㎏에 불과했다. 체질량 지수는 12.5로, 정상 범위인 18~25에 한참 못 미쳤다.
초등학생처럼 작은 체구에 비쩍 마른 케이트의 상태를 보고 무용 교사들은 부부에게 영양사를 만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부부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교사들은 당국에 이 사실을 알렸다.
판사는 판결문에 “의사의 말에 따르면 케이트는 체지방이 극도로 제한된 상태였다. 그녀는 창백하고 사춘기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하고 가늘었으며, 피부는 건조하고 벗겨져 있었다. 심장 박동수가 높아 의사는 심전도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부부는 반대했다”고 썼다.
이들 부부는 섭식장애 병동에 머무르고 있는 딸에게 위험할 정도로 마른 다른 환자의 몸을 칭찬하고, 의사의 말을 들으면 뚱뚱해질 수 있다고 세뇌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의료진을 믿을 수 없다며 케이트에 대한 치료를 적극적으로 막아서기까지 했다. 부부는 의사들이 딸에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비강 튜브를 삽입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딸을 치료하려는 다른 방법들도 계속해서 막자, 결국 당국이 개입해 딸을 보호했다. 격리되자 딸은 체중이 늘었고, 부부는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아버지는 딸이 8살 때 채식주의자가, 10대 초반에 비건이 됐다며 ‘까다로운 식성’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또 “딸이 하루 세 끼를 먹었고 간식도 먹을 수 있었다”며 딸이 영양실조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사람(부모)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딸이 심각한 영양실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딸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질책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케이트가 영양실조로 인해 성장이 더디자 아버지가 출생 증명서를 위조해 두 살 어리게 만든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재판부는 케이트가 나이에 맞는 정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딸이 일반적인 10대 청소년과 달리 집에서 ‘텔레토비’, ‘겨울왕국’, ‘토마스와 친구들’ 등 유아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면서 이들의 집에서 딸의 나이에 맞는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딸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부부가 딸의 코를 풀어주거나 딸이 어린이 만화를 보는 동안 머리를 빗겨줬다는 등 어린아이처럼 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재판부는 “딸을 고립시키고 자라는 것을 막았고, 딸이 마땅히 박아야 할 방식으로 발달하는 것을 막았다”며 “딸을 심각한 위기에 놓이게 만들고도 반성은커녕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케이트는 판사에게 편지를 보내 부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그녀는 “부모님이 세 끼를 만들어 주셨지만 얼마나 먹을지는 자신이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저는 부모님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옷, 음식, 필요한 돈을 포함한 모든 생활비는 부모님이 지불해 주십니다. 제 대학 등록금은 부모님이 부담하고 계십니다”라며 “저는 부모님을 정말 사랑합니다. 그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부모님이 교도소에 가신다면 제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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