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그런 코미디언… 바이든 갖고 놀아”
원색 비난에 우크라 지원 중단 경고
젤렌스키 “트럼프 허위 공간에 살아”
美 종전안 반박… 희토류 요구도 일축
유럽은 ‘젤렌스키 정통성’ 옹호 나서
美·러 vs 우크라·유럽 갈등으로 재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협상에 불만을 품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로 칭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러시아 측으로 기울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압박하는 구도로 급변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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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는 선거를 거부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서 매우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잘한 유일한 것은 바이든(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가지고 노는 것뿐”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젤렌스키는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나라조차 잃어버릴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에 더 중요한 문제이지, 미국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큰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이라고 폄하하면서 “미국을 설득해 3500억달러를 지출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젤렌스키는 아마 ‘수월한 돈벌이(gravy train)’를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는 우리가 보낸 돈의 절반이 없어졌다고 인정한다”고 말하며 전쟁지원금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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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두고 ‘4% 지지율의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이날도 ‘막말 공세’를 퍼부으면서 양국 정상 간 감정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자국 TV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허위 공간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3년간 이어진 러시아의 고립을 끝내는 데 도움을 준 것”이라며 “이런 모든 것이 우크라이나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미·러 간 종전협상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미국이 지원의 대가로 우크라이나 희토류 자원 지분 50%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우리나라를 팔 수는 없다”며 일축했고, “우크라이나 국민 대다수는 러시아에 대한 양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종전 구상안을 정면 반박했다.
유럽도 즉각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통성을 대변하며 ‘엄호’에 나섰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키어 스타머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스타머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로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전쟁 중에 선거를 미루는 것은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그랬듯이 지극히 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민주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은 한마디로 잘못되고 위험한 일”이라며 “정확한 것은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의 국가원수로 선출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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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의 구체적인 종전 협상안이 나오기도 전에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 간 파열음이 나오면서 대서양 동맹마저 삐걱거릴 위험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서방을 이끌며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러시아를 고립시키던 바이든 행정부 때의 구도가 ‘미국·러시아 대(對) 유럽·우크라이나’ 갈등으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18일 미·러 고위급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러시아 측에 힘을 실어주면서 이 같은 역학관계는 더 공고해져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 회담에서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며 “러시아가 3년이 돼가는 전쟁의 종식을 원하는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드론 생산 공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러 고위급) 회담이 따듯한 분위기에 진행됐다”며 “러시아와 미국 간 신뢰 수준을 높이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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