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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도 중도우파라 말해”… 민주, 당내 이념논쟁 가열

입력 : 2025-02-20 18:50:50 수정 : 2025-02-20 21: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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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중도보수 선언’ 여진

정성호, 28년 前 DJ 발언 인용
“시장경제 지지하고 서민 대변”
친명계 인사들 잇단 ‘지원사격’
동교동계도 “시의적절한 논의”

김부겸 등 비명계 반발 크지만
文도 과거 ‘보수정당’ 발언 주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을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정당이라고 규정한 것을 두고 비명(비이재명)계의 비판이 지속되자 친명(친이재명)계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을 인용해 반박하고 나섰다. 당의 ‘역사’라 할 수 있는 김 전 대통령이 28년 전 당의 정체성을 ‘중도우파’로 설명한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민주당 내 ‘이념논쟁’은 새 국면을 맞이한 기류다. 비명계가 이 대표 비판을 이어가면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김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동교동계 내부에서조차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에 당의 정체성을 짚고 넘어가는 시의적절한 논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 한미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DJ도 우리 당 중도우파라 해”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20일 SBS라디오에 나와 “김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에 출마하기 전에 ‘우리 당은 중도우파정당’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며 이 대표를 엄호했다. 또 당 회의실에 김구·조병옥·신익희 선생의 사진이 걸려있다면서 “이들이 진보혁신운동을 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정 의원의 말대로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11월 국민회의 소속 대선 후보 시절 방송 3사(KBS·MBC·SBS) 초청 토론회에서 “우리 당은 중도우파 정당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중도”라고 했다. 또 “세계 모든 진보정당이 이제는 중도를 표방하고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의 인터뷰 이후 친명계 의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잇달아 지원사격했다. 이 대표의 정무특별보좌역을 지낸 정진욱 의원을 필두로 민형배·전용기·김현 의원 등이 김 전 대통령의 “중도우파” 발언이 담긴 신문기사를 공유하거나 이 대표에게 힘을 싣는 글을 올렸다. 김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엄격하게 보면 김대중은 중도보수”라며 “이 대표가 잘하고 있다. 그것이 DJ의 길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극우에 있던 사람들이 보수로 불리면서 우리가 그간 진보 쪽으로 밀려났던 것”이라며 “실은 우리는 중도보수의 가치를 구현해왔다”고 했다.

◆李의 진정성이 관건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은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도층을 설득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비명계는 당 정체성에 관련된 사안을 두고 이 대표가 잔잔한 호수에 돌 던지듯 논쟁을 일으킨 모양새에 곱지 않은 반응이다. 야권 잠룡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이라고 했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당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다”고 했다. 고민정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우리가 보수라는 말은 사실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했다. 대체로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이에 당 일각에선 “‘친명 대 친문’ 구도가 형성된 느낌”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대표였던 2015년 8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의 특수한 지형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과 대비해 진보라는 소리를 약간 듣지만 당의 정체성으로는 그냥 보수 정당”이라고 했다. 결국 이 대표가 ‘집안싸움의 승리자’를 넘어 중도층의 민심을 얻으려면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남시장이던 2016년에 “이재명은 중도 코스프레 안 한다”, “중도 이동한다며 정체성 잃고 애매모호하게 왔다 갔다 하면 오히려 의심받는다”고 쓴 글이 재조명되고 있어서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이번 논란은 당의 뿌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민주당의 모든 노선 논쟁은 결국 DJ에서 끝난다”고 말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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