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재판부에 양해 구하고 재입정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선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 대통령과 2인자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면이 최대 관심사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국회에서 연달아 탄핵소추된 두 사람은 피청구인과 증인으로 만날 예정이었지만 한 총리가 대심판정에 들어서기 전 윤 대통령이 자리를 뜨면서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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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변론들과 마찬가지로 검은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변론이 시작되기 전 피청구인석에 앉았다. 윤 대통령은 ‘피청구인 본인이 나왔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나지막한 소리로 “네”라고 답한 뒤 변호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돌연 퇴정했다. 변론 시작 4분여 만이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총리가 증언하는 걸 대통령이 지켜보는 게 국가 위상에도 좋지 않아 양해를 구하지 않고 퇴정했다”며 재판부에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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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후 재입정했다. 한 총리에 이어 증언대에 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자리에 앉았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 신문 도중 흥분한 듯 변호인들에게 무언가를 계속 지시하면서 몸을 앞뒤로 흔들기도 했다.
혈액암 투병 중임에도 증인으로 출석한 조지호 경찰청장은 신문 도중 숨을 길게 내쉬거나 헐떡이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선 발언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변론을 적극적으로 진두지휘했다. 윤 대통령이 옆자리에 앉은 송해은 변호사에게 귓속말을 하면 송 변호사가 김홍일 변호사에게 이를 전달하고, 다시 김 변호사가 발언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검찰이 신병 인치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에 반박할 땐 윤 대통령이 일어나서 김 변호사에게 가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가 “신병 인치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고 강조하자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부터 종로구에 위치한 헌재까지 윤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구속 취소”, “탄핵 기각” 등을 외쳤다.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은 오후 7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13일 출범한 국민변호인단 가입자는 18만6000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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