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전 차장 여러 차례 썼지만 “명단은 동일” 강조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체포 메모’의 실물을 가지고 나와 명단이 존재했다는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을 향해 “자신이 해임되자 대통령의 체포지시라 엮어낸 게 이 메모의 핵심”이라며 그 신빙성을 공격했다.
홍 전 차장은 20일 헌법재판소가 심리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두 번째 증인신문으로 출석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어 홍 전 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홍 전 차장은 이날 재판에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불러줬다는 ‘주요 인사 체포 명단’ 메모 실물을 갖고 나왔다. 이 메모는 윤 대통령의 핵심 탄핵사유 중 하나인 정치인 체포 시도와 연관된 증거다. 홍 전 차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 이 메모의 존재를 밝히며 이재명·우원식·한동훈 등의 체포조 명단을 통화로 듣고 받아 적었다고 검찰 조사와 4일 헌재 변론기일 등에서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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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측은 이 메모의 신빙성을 문제 삼고 있다. 13일 8차 변론에서 조태용 국정원장은 폐쇄회로(CC)TV를 보니 메모를 쓴 장소가 당초 홍 전 차장이 밝혔던 장소인 원장 공관 앞이 아니라 국정원 청사 사무실이었고, 메모를 보좌관에게 시켜 정서(正書, 글씨를 바로 씀)하면서 네 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메모 속 인원수가 12명, 14명, 16명 등과 같이 자꾸 바뀐다고 지적하면서 신빙성을 문제 삼아 왔다.
이날도 윤 대통령 측은 해당 메모에 ‘14명’, ‘16명(밑줄)’이 적힌 이유를 물었다. 홍 전 차장은 “처음 들을 때부터 12명의 명단을 정확히 기억하고 2명은 들었는데 잘 기억은 못 했다. 1~2명이 더 있었던 것 같아서 (16명으로) 적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측은 “검찰에 (메모의) 원본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가 위치 확인 지원이나 정치적 활용 목적으로, 또는 민주당에 제공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12월11일이면 벌써 정보위원장 면담을 통해 관련된 사항이 다 나온 부분”이라며 그런 목적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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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한 장소를 추궁하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엔 “기억을 보정하니 처음 여 전 사령관이 제게 체포자 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했던 것은 공터에 있을 때였던 (계엄 당일) 오후 10시58분 상황이었다”며 “받아 적은 것은 오후 11시6분 사무실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첫 메모를 적자마자 보좌관에게 정서를 시켜 두 번째 메모가 만들어졌고, 계엄 이튿날인 12월4일 오후 4시쯤 다시 복기를 지시했다고 했다. 메모를 다시 쓰게 한 이유를 묻자 “두 명이 생각나지 않아서”라며 정서를 시킨 보좌관에게 다시 쓰도록 지시했다고 했고, 앞서 썼던 메모와 “명단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홍 전 차장과 해당 메모의 신빙성을 공격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국정원 1차장의 메모와 관련된 문제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저와 통화한 걸 갖고 대통령의 체포지시라는 것과 연결해서 내란과 탄핵 공작을 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12월5일 자기(홍장원)가 사표 내고 6일 해임되니까 이걸 대통령 체포 지시로 엮어낸 것이 메모의 핵심”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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