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정원에 친구 없어” 일축
洪 “보좌관 친구까지 기억 못해” …메모작성 경위 설명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은 20일 진행된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작성한 ‘체포 명단 메모’의 신빙성을 흔드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이 ‘메모를 받아 적은 홍 전 차장의 보좌관이 한 전 대표의 친구’라는 의혹을 제기하자, 한 전 대표 측은 “한동훈 전 대표는 국정원에 친구가 없다”고 일축했다.
21일 한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전날 진행된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홍 전 차장에게 “(메모를 적은) 보좌관이 현대고등학교를 졸업한 한동훈 전 대표의 친구는 아니냐”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전 대표의 입장을 대신 전하며 “한동훈 전 대표는 국정원에 친구가 없다”며 “(한 전 대표는) 홍 전 차관의 말을 듣고 탄핵을 한 것이 아닌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라고 밝혔다.

앞서 홍 전 차장은 20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대통령 측을 대리한 윤 변호사는 홍 전 차장에게 “미친 짓이라고 (생각해) 적다 말았다고 했는데 굳이 이 메모를 다시 (보좌관에게) 정서시킨 이유는 무엇이냐”며 “그 명단을 굳이 기억할 이유가 있느냐, 다른 목적을 갖고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데 그 목적이 뭐냐”고 물었다. 이어 그는 “(메모를 적은) 보좌관이 한동훈 전 대표의 친구는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제 보좌관의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 측 순서가 끝난 뒤 국회 측의 반대신문 시간에 발언권을 얻어 메모를 여러 차례 작성한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홍 전 차장에 따르면, 그는 비상계엄 당일인 12월3일 밤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체포 대상자’라고 지목된 10∼12명 정도의 이름을 받아 적었다(1차 메모).
이후 그는 급하게 받아 적느라 알아보기 쉽지 않아서 보좌관에게 해당 메모를 주면서 “한번 정서를 해보라”고 지시했고, 보좌관이 두 장 분량으로 인적 사항까지 세세히 적어 왔다고 한다(2차 메모).
2차 메모가 작성돼 앞선 1차 메모는 폐기했다고 홍 전 차장은 설명했다. 이때 등장하는 보좌관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한 전 대표와 연결지으며 ‘탄핵 공작’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이어 홍 전 차장은 이튿날인 12월4일 오후 4시 보좌관에게 2차 메모를 보지 말고 기억에 의존해 복기하라고 지시했다. 메모를 다시 쓰게 한 이유를 묻자 “두 명이 생각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앞서 썼던 메모와 “명단은 동일하다”고도 했다. 이렇게 작성된 게 3차 메모다. 언론에 공개된 버전이기도 하다. 2차 메모는 불필요한 내용이 많아 폐기했다고 한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이지만 방첩사에서 비상계엄 기간에 왜 이런 사람들을 체포하려고 했는지 궁금증이 있었다”며 “보좌관에게 정서시킨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혼자 썼다면 누가 믿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정보기관 특성상 뭘 들으면 메모하거나 기록하는 게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