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투병 중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지호 경찰청장을 향해 윤 대통령 측이 섬망 증세 등이 있는지 물었다. 12·3 불법계엄 관련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던 조 청장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 청장은 구체적인 답은 피했지만 자신의 진술이 사실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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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 청장에게 “경찰이나 검찰 조사 당시에 섬망 증세가 있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라고 물었다. 조 청장은 “계속해서 휴식을 취하면서 조사를 7시간까지 했다”며 “병원 있을 땐 베드에 거의 누워서 조사받다시피 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 받을 땐 건강이 더 악화했을 걸로 알고 있는데 수사 진술할 때 계엄 당시 상황을 명확히 기억해서 진술했냐”고 재차 물었다. 또 “수사기관에서 (12·3 비상계엄이) 내란이라는 전제 하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라고 몰아세우니까 (수사기관) 진술 중에 사실과 다른 게 있지 않나”라고도 했지만 조 청장은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경찰에서 조사받고 검찰에서 구속영장 발부되고 나서 갑자기 폐렴 증상이 와서 그때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면서도 “섬망 증상이 있다거나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장시간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고, 감염에 취약한 상황이 돼서 병원에서도 격리 병실로 별도로 입원시킨 상황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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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이 저에게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전화했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같은 날 텔레그램 전화를 통해 ‘체포자 명단’을 불러줬다며 명단 속 이름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공개한 명단과 거의 일치한다.
조 청장은 이날 “검찰 조사 때 변호인 입회하에 사실대로 말한 게 맞느냐”는 국회 대리인단 질문에 “각 조서별로 제가 그렇게(사실이라고) 다 날인을 했다”고 답했다. “조서를 받은 후 (조서를) 열람하고 날인한 것 맞느냐”는 질문에도 “그거는 맞다”고 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조 청장의 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지난달 23일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불구속 상태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조 청장은 헌재의 세번째 증인 채택 끝에 이날 출석했다. 그는 이날 “(계엄) 관련 건으로 기소돼 형사재판 피고인 신분이라 증언을 못 하더라도 양해를 부탁한다”며 계엄 관련 핵심 질문에 대해선 대부분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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