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발키리/크리스틴 R. 고드시/ 이푸른 옮김/ 틈새의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인 저자는 여성 CEO, 정치 지도자, 기업가를 성공 모델로 제시하며 여성 개인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을 독려하는 ‘걸보스(Girlboss)' 페미니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책은 기존 서구 페미니즘에서 다루지 않은 사회주의 여성 혁명가(레드 발키리) 5명의 삶을 조명하며, 여성 해방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단순한 여성 혁명가들의 전기가 아니라 서구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동유럽 사회주의 여성 활동가 다섯 명의 삶을 통해 ‘성공한 소수 여성’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연대와 해방을 고민한 여성들의 투쟁을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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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 최초의 여성 외교관이자 사회주의 여성운동의 기둥이었던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진보적 교육자 나데즈다 크룹스카야, 뜨거운 심장을 지닌 혁명가 이네사 아르망, 불가리아 최연소 여성 파르티잔이었던 엘레나 라가디노바. 이 여성들은 한 개인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했다. 그들이 주창한 여성 해방은 단순히 여성 CEO가 늘어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여성들이 출산과 노동을 병행하며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가사노동이 공적으로 분배되고 돌봄의 부담이 공동체 전체로 나누어지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었다.
저자는 여성들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해방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기존 서구 페미니즘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역사적 역할과 성취, 즉 여성 노동, 출산, 육아,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실질적 정책과 혁신적 실천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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