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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신규 일자리 역대 최저, ‘경제 허리’ 무너진다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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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21 21:00:00 수정 : 2025-02-21 14: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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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국가통계포털(K0SIS) 결과에서 지난해 3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중 신규채용은 582만8000개에 그쳤다.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0%까지 떨어졌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한 데다, 2018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다. 연령대별로 보면 상황은 더 나쁘다. 6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신규 일자리가 줄었고, ‘경제 허리’로 불리는 40대 일자리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40대 신규채용 임금 근로 일자리는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한 97만5000개에 그쳤다. 코로나 19시기인 2020∼2022년 매 분기 100만개 이상을 유지하던 것마저 붕괴했다. 우리 사회의 주축인 40대의 일자리 감소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 참여한 구직자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스1

40대는 경제를 지탱하는 주된 노동력이자 소비층이다. 왕성한 생산성을 바탕으로 다른 연령층보다 일자리가 늘어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쪼그라들고 있다는 건 비정상이다. 무엇보다 40대 가장의 직업 현장 이탈은 국가 경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한다. 40대는 부모 봉양과 자녀 교육, 납세 등으로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세대다. 단순한 고용 쇼크를 넘어 기업 입장에서는 중간간부 역할의 핵심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소득절벽에 따른 소비 위축과 경기침체 가속화는 가족 경제 전반의 부실을 부른다. 대한민국 자녀 세대의 미래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40대 고용 악화는 양질의 일자리이자 주력산업인 제조업 추락과 관련이 깊다.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제조업 분야 신규채용 비중은 19.9%까지 추락했다. 제조업 일자리가 2016년 이후 하락세를 걷고 있지만, 20%대가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업자 증가 폭 감소 원인을 ‘인구 감소’ 탓으로 돌린다고 해결책이 나올 리 없다. 지난해 8월 기준 40대 인구 감소 폭 2.5%보다 일자리 감소 폭(7.8%)이 3배 이상 높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노인과 청년 일자리에 맞춰지면서 40대가 홀대받는 것도 문제다. 재정을 투입해 쉽게 늘릴 수 있는 노인 단기 알바형 일자리는 착시 효과만 키울 뿐이다. 

인력사무소가 밀집한 서울 남구로역 인근 횡단보도에 일감을 구하려는 일용직 구직자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연합뉴스

경기침체로 중·장년층에 필요한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제조업 경쟁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정부 고용 정책의 성패도 여기에 달려 있다.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할 40대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건 우리 경제의 저성장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 전반에 고용 비관론이 퍼지기 전에 서둘러 싹을 잘라내야 한다. 노동·구조개혁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일자리는 전적으로 기업과 시장이 만든다. ‘대기업 특혜’라는 색안경을 벗어 던지고 기업을 옥죄는 규제 혁파를 통해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법인세 등 세 부담을 낮추고, 정책의 불확실성을 없애면 고용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연공서열식 호봉제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 유연성을 높일 제도 개혁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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