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났다. 두 사람은 현 정국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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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와 박 전 의원의 만남은 지난 총선 때 박 전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한 이후 처음이다. 박 전 의원은 현역 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 통보를 받고 30% 감산을 받았다. 박 전 의원은 2차례 경선을 치렀으나 결국 공천장을 거머쥐지 못하면서 ‘비명횡사’의 대표 격이 됐다.
‘공천 악연’이 있었던 두 사람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회담했다. 두 사람은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데 입을 모았다. 박 전 의원은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날 날이 올까 했는데 다시 뵌다”고 이 대표에 인사를 건넸고 이 대표는 “박 의원이 힘든 상황인데도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회담은 100분여간 배석자 없이 진행됐다.
박 전 의원은 “내란추종세력의 기득권을 저지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본다”며 “먼저 이렇게 손 내밀고 큰 의미로 힘 합치자고 말씀드리려고 왔다가 또 이렇게 자리하자고 연락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무도한 세력이 아무런 형식적 여건도 갖추지 않고 이런 일을 벌일지 몰랐다”며 “그 위기를 이겨내는 게 우리가 해야 되는 가장 중요한 일이고 그래서 우리 박 의원이 할 일이 많다”고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위기극복’은 다가올 가능성이 높은 조기대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0.73%포인트 차로 패배한 지난 대선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진보진영의 통합은 필수라는 점에서다. 박 전 의원은 이날 “민주당이 국민들의 요구에 복무하는 대의명분 앞에 모든 걸 다 털고 미래로 나가고 힘을 합쳐 민주당의 승리 만들어내자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친문(친문재인)적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났고,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28일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박 전 의원은 비명(비이재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의 일원이다. 최근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의원은 비명계 대선주자 플랫폼인 ‘희망과 대안’포럼을 출범하는 등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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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통합의 길에 대해 박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공과 계승 △당내 통합을 시작으로 한 국민통합 △내로남불과 위선에 대한 혁신 등을 제안했다. 특히 박 전 의원은 ‘내로남불과 위선 문제’에 대해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2030 국민이 볼 때 민주당이 입으로 하는 것과 행동으로 보이는 게 다르다”며 “이것을 두고 낡은 정치라고 얘기들을 하니까 세대교체가 필요하고 586정치의 정책적인 청산이 필요하지 않나 말했다”고 답했다. 박 전 의원은 “이 대표가 대략적으로 공감하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당내 논란이 된 ‘중도보수’에 대해서 박 전 의원은 “이 대표가 이야기한 것은 이번 탄핵 국면과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포지셔닝을 이야기한 거라고 생각이 된다”며 “예송 논쟁으로 날을 지새우는 정치 세력으로 비쳐서는 안 되겠다”고 진단했다. 또 개헌에 대해서는 “이견을 가진 그룹들과 함께해서 당내 통합을 하고 또 개헌을 고리로 하는 국민통합을 적극적으로 이뤄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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